40여일 조사 끝에 "리원량에 훈계서 서명토록 한 건 부적절"
신화통신, 정치적 민감성 의식해 "리원량은 공산당원이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출현을 세상에 알린 우한(武漢)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유언비어 유포죄로 처벌해 많은 중국인을 분노하게 한 조치가 결국 취소됐다.
2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우한의 한 파출소가 리원량에게 훈계서에 서명하게 한 데 대해 "부적절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당시 법 집행 과정도 규범에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원량은 지난해 말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죄로 경찰에서 처벌받은 의사 8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걸려 지난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40일 넘게 조사를 벌여온 중국 정부 조사팀은 공안기관에 훈계서를 취소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으며, 지방 감찰 기관이 이 문제의 시정에 대해 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우한 경찰은 리원량에 대한 훈계서를 취소하고 리원량이 불려갔던 중난루(中南路) 파출소의 부소장 등 2명을 경징계하는 한편 유족에게 사과했다. 우한 경찰은 이번 일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원량의 죽음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는 분노와 슬픔으로 넘쳐났었다. 많은 이들은 리원량을 영웅이라고 칭송하면서 우한 지방정부와 경찰에 분개했다.
지식인들도 언론의 자유를 요구했다. 이들은 리원량이 자유롭게 전염병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리원량이 지난해 12월 30일 모바일 메신저 위챗 단체 채팅방에서 다른 의사들에게 '화난 수산시장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7건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리원량이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려는 고의는 없었다면서도 그의 경고는 "당시 실제 상황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조사팀은 리원량에 대한 소생 치료 과정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는 당국이 리원량의 사망 발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중국은 리원량 사건의 정치적 휘발성을 경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리원량이 공산당원이었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적대 세력이 공산당과 정부를 공격하려고 리원량을 체제에 저항하는 영웅으로 묘사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리원량은 공산당원으로 소위 '반체제적 인물'이 아니다"라면서 "선동은 실패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은 리원량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몰려가 조사 결과에 대한 실망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너무 역겹다.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나"라면서 "모든 것은 지도자들이 움직인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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