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코로나19 사망 25명 비상…적십자 "봉쇄 고려해야"

입력 2020-03-20 11:16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사망 25명 비상…적십자 "봉쇄 고려해야"
약 1천600명만 검사…한국산 진단키트·드라이브 스루 검사 추진
조코위 대통령 부부 음성판정 발표, 기준금리 4.75%→4.50% 인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9명으로 늘고, 특히 사망자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25명을 기록하자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2억7천만명 인구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1천592명에 불과한 상태라 한국산 진단키트 등 수입은 물론 '봉쇄'(lockdown)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감염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신속 면역검사를 시행하라"며 "더 많은 진단 진단키트를 배포하고, 실험실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말하는 '신속 면역검사'는 혈청(항체) 검사법으로, 일반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쉽고 전국 모든 병원에서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대비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어서 '진단능력이 없다'는 등 지적이 나왔으나 이달 2일 첫 확진자 발표 후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사망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웃 나라 말레이시아의 확진자 수는 900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지만, 사망자는 2명이다. 필리핀은 217명 가운데 17명이 숨졌고, 싱가포르·베트남·브루나이는 사망자가 없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8일부터 2주간 외국인 입국과 자국민 출국을 모두 봉쇄했고, 필리핀은 5천700만명이 거주하는 루손섬 전체를 봉쇄했다.



부통령을 지낸 유숩 칼라 적십자 인도네시아 회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검사를 적게 하면 확진자 수도 적은 것"이라며 "한국은 29만명 이상이 검사를 받았다. 한국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20만개의 진단키트를 한국에서, 50만개를 다른 나라에서 각각 수입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단행한 봉쇄 조치와 르바란(이드 알 피트르) 명절 기간 여행 제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최악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관련 정부 대변인 아흐마드 유리안토는 "한국처럼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 검사소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키트도 한국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많이 수입하려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회에서 한국노선 운항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있음에도 하늘길을 열어두고 있고, 대구·청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오는 한국인이 건강확인서를 내고 사전 비자를 발급받으면 입국하도록 허용한다.
인도네시아는 이날부터 모든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앞서 지난 16일 조코위 대통령은 "현재까지 봉쇄 방향으로는 어떠한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대규모 검사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감염자 급증 시 정부 소유 호텔과 운동선수촌 등을 병원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웠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봉쇄를 하더라도, 중국 우한처럼 도시 자체를 봉쇄하는 방식이 있고, 말레이시아처럼 국가 전체를 봉쇄하는 방식 등 수준과 정도가 다르다.
가령, 벨기에 시민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며 이동은 슈퍼마켓, 약국, 은행에 가거나 일부 긴급한 상황 등의 경우만 가능하다. 프랑스는 경찰관 10만명을 투입해 이동금지령 위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마스크와 세정제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산 수입 차질로 가격이 폭등한 마늘과 양파를 허가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종교' 관련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7%가 이슬람 신자이다. 남성 이슬람 신자는 금요일 합동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인데, 워낙 많은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기도하다 보니 감염 우려가 크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 내 모든 이슬람사원에서 금요 대예배를 당분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울라마평의회(이슬람의결기구)는 확산 지역의 경우 금요일 합동 예배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동남아 최대 규모의 자카르타 이스티크랄 모스크 지도자는 "조코위 대통령과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의 호소에 따라 2주간 금요 예배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모스크에 모이지 말고 각자 기도하라"고 발표했다.



한편, 대통령궁은 교통부 장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조코위 대통령 부부도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4.75%에서 4.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현재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4월과 5월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본다"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0%∼5.4%에서 4.2%∼4.6%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경제 성장률이 4.2%까지 내려가면, 이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최저치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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