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앞으로 다가온 한진칼 주총…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은

입력 2020-03-22 07:11  

닷새 앞으로 다가온 한진칼 주총…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은
최대 관심사는 조원태 회장 연임건…양측 여론전 속도
'포스트 주총' 대비 나서…3자 연합, 한진칼 지분 더 늘릴까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작년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의 반기로 본격화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 닷새 뒤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일단락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 모두 '포스트 주총'에 대비해 세 결집을 지속하고 있어 양측의 다툼은 이미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오전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감사보고, 영업보고,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역 보고 등에 이어 재무제표 승인건, 사외이사 선임건, 사내이사 선임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을 의결하게 된다.
현재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임기만료 1명 제외)으로 구성된 한진칼의 차기 이사회 장악을 위해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외에 신규로 6명의 이사 후보를, 3자 연합은 김신배 포스코[005490]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7명의 이사 후보군을 각각 제안한 상태다.
이중 최대 관심 사안은 바로 한진칼 이사회가 낸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다.

작년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는 뼈아픈 경험을 한 한진그룹 측은 노조와 전직임원회 등까지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조 회장의 연임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태다. 반면 이에 맞서는 3자 연합 역시 연일 조 회장 흠집 내기에 나서며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유효한 지분을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그룹 '백기사'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확보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지분 3.80%와 GS칼텍스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0.25%, 중립에서 다시 '백기사'로 입장을 선회한 카카오[035720](1.00%)까지 포함하면 총 37.50%를 확보한 셈이 된다.
반면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8.20%)의 지분을 합해 31.98%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2.9%)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와 소액 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여론전에 한층 더 속도를 내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높여가고 있다.
포문을 연 쪽은 3자 연합이다. 3자 연합은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달 20일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을 '전교 꼴등하던 아들'에 비유하며 경영 실패를 강조한 데 이어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조 회장이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한진칼이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진그룹 역시 3자 연합의 공세에 강력히 대응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3자 연합이 제시한 이사 후보군의 이해 충돌 우려를 지적한 데 이어 리베이트 의혹에도 선을 그으며 명예훼손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진그룹은 또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작년 말 조 회장을 만나 그룹 명예회장직을 요구한 사실을 공개하며 반도건설의 지분 보유목적 허위 공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과 조 회장의 만남을 두고 진실게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16일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의혹과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양측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대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견을 낸 기관에 대해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편향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자문사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찬성을 권고했지만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반대를 권고해 자문사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은 여론전과 동시에 한진칼 지분도 추가 매집하며 '포스트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
조 회장 측은 그룹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델타항공 이사회에서 한진칼 지분 5%를 추가로 더 매집하는 안을 승인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델타항공도 어려움을 겪게 돼 지분 추가 매집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3자 연합은 KCGI(18.68%)와 반도건설(14.95%)이 번갈아 가며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 모으며 지난 17일 기준 40.12%를 확보했다. KCGI는 주식시장이 폭락 장세를 보인 지난주에도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은 주총 이후에도 한진칼 지분을 가능한 한 더 끌어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반도건설이 기업결합심사를 감수하고 추가로 더 매집에 나설지, KCGI가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을 더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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