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상공회의소 전망…정부 약 5조원 위기기금 조성 등 대응 서둘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경제가 유가 폭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거센 폭풍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현지 상공회의소가 현 상황이 지속할 경우 벌어질 심각한 경제난을 경고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RBC 통신에 따르면 옐레나 디보바 러시아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면 약 300만명의 기업인이 사업을 접고, 860만명이 실직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소상공인 약 3분의 1이 매출이 계속 줄면 앞으로 3개월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의 소상공인들은 당분간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며, 일부는 완전히 파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미국·중국 간 무역 분쟁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인 경제난을 겪어온 러시아는 최근 들어 터진 또 다른 악재인 코로나19 팬데믹과 유가 폭락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러시아 통화 루블화 환율은 달러 대비 80루블, 유로 대비 87루블을 넘어서면서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할 때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26%, 유로 대비 루블화 가치는 24% 추락했다.
일각에선 루블/달러 환율이 조만간 97루블이나 100루블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내 경기 둔화와 전염병 팬데믹에 따른 국제 수요 감소는 곤경에 처한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 타격이 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경제 안정화를 위한 긴급 대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환율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서 외화 매출을 늘리고 있다.
재정 당국은 위기에 처한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기 위해 3천억 루블(약 4조9천억원)의 위기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대출 상환 기한 연장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도 조성키로 했으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세금 감면 계획도 공표했다.
국민연금, 공무원 급여, 각종 보조금 등의 차질 없는 지급을 위한 국부펀드 활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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