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자제령·영업제한에도 해변·유흥가 '북적'…미 플로리다 모든 해변 폐쇄
WHO·보건당국 "코로나19, 청년층에도 독감보다 훨씬 위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 영업중단, 휴교령 같은 각국의 극약처방에도 일부 청년층이 이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의 유명 해변에는 당국의 외출 자제령을 비웃듯 청년층으로 북적였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다중이용시설 영업금지령이 발효하기 전날 밤 레스토랑과 카페에 '마지막 만찬'을 즐기겠다는 손님들로 가득 찼고, 무관중 축구 경기가 벌어진 스타디움 밖에 서는 팬들이 집결해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주말 일부 나이트클럽에 대기행렬이 이어졌고, 확진자가 매일 100명 안팎으로 나오는 한국에서도 최근 극히 일부 클럽에 사람이 붐볐다.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고 호소하고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며 감염병 종식에 협조하고 있지만, 일부 젊은층은 코로나19를 매년 돌아오는 독감 수준으로 치부하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0대 미만의 젊은층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당국은 젊은층의 이런 무책임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단호한 조처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젊은이 자신은 병을 가볍게 앓고 지나가더라도 가족 등 주변에 옮겨 치명상을 입힐 수 있고, 비록 40대 미만 치명률이 낮다고는 해도 계절독감보다는 훨씬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21일(현지시간) 뉴욕주 확진자의 과반이 18∼49세라면서 "(청년) 여러분은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전혀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어디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은 "해변, 식당 등에 젊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야 한다"며 "이들은 자신이 '천하무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등에게 많은 나쁜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내무장관은 "일부는 규칙을 어기면 소영웅이라도 되는 양 여기지만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천치이고 자신에게 되레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천하무적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노인에 가장 큰 타격을 주지만 젊은 사람도 살려주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당신이 몇 주간 입원할 수도 있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청년층이 코로나19를 계절독감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판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18일 보도된 CDC 보고서에 따르면 20∼44세가 코로나19에 걸리는 비율은 윗세대와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20∼44세 환자 7명 중 1명꼴로, 많게는 5명 중 1명꼴로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치명률은 0.1∼0.2%로 나타나 10% 수준인 80대 이상보다 훨씬 낮지만, 이 역시 계절독감의 2배 정도로 높다.
젊은이들의 '무개념' 행태를 보다 못한 당국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붐비는 해변의 모습에 경악한 플로리다주지사는 모든 해변을 폐쇄했고,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당국도 21일 본다이해변을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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