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올해 미국 성장률 -3.1% 전망
S&P, 올해 한국도 -0.6%로 역성장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충격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한미 통화스와프 등 각국 정부 당국의 대책에 일시 반등했던 국내 증시도 23일 다시 급락하며 변동성이 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또다시 83.69포인트(5.34%)나 급락한 1,482.46으로 마감, 회복 하루 만에 1,500선이 다시 무너졌다.
이는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명을, 유럽 내 확진자는 16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recession)를 넘어 '불황'(depression)을 우려해야 할 정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는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2월 12.9에서 이달엔 -21.5로 급락,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도 악화 조짐이 나타났다. 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5% 감소해 시장 예상치인 0.1% 증가에 한참 못 미쳤다.
유럽에서도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3월 경기기대지수는 -49.5를 기록했다. 이는 2월 8.7보다 무려 6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199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급작스러운 마비(서든 스톱)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등 주요국 경제의 '서든 스톱'을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이 -24%까지 추락, 올해 연간 성장률이 -3.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도 1~2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 환산)을 -15%, -22%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상반기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 악화가 심상치 않다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주간 신규 실업청구 건수가 28만1천건으로 전주 대비 약 7만건 급증했다"며 "3월 셋째 주에는 15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미국 경제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19가 진정 단계에 진입한 중국마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13.5%를 기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2008년에는 중국 산업생산이 3분기 13.0% 증가(전년동기 대비)에서 4분기에 6.4% 증가로 둔화한 데 그쳤지만, 올해 1∼2월에는 13.5% 감소했다"며 "1∼2월 중국경제의 악화 폭은 2008년 당시와 차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등이 받는 충격이 이 정도라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받는 충격의 강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를 넘어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0.8%로 낮췄다.
한발 더 나아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6%로 낮춰 잡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아무리 재정지출 확대와 유동성 공급 확대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경제 활동의 정상화 기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경제주체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은 보건당국에 강력한 권한을 주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가 충격적인 상황에서 벗어날지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봉쇄 정책이 몇 주 내에 효과를 낼지, 이로 인해 달러 유동성 경색 현상이 완화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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