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에 '전통의학 효과' 강조…"과학영역 넘어서"

입력 2020-03-24 14:01  

중국, 코로나19에 '전통의학 효과' 강조…"과학영역 넘어서"
"이념적 근거로 전통의학 홍보하면 역효과 낼 수 있어" 지적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중국 전통의학의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의 지원에 더해 최근 중국이 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는 상황까지 겹쳐 전통의학으로 중국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24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 중 91.5%인 7만4천여명이 중국 전통 약을 사용했다"면서 "90% 이상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중국 전통의학의 참여와 주목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면서 "800명에 가까운 전문가팀을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파견했고, 우한을 지원한 의료진 중 4천900여명은 중의약 계통이었다"고 전했다.
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면서 중국 전통의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해외 매체 보도 및 정치인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과 관련, 시 주석이 지난해 전통의학을 중국 문명의 '보물'로 칭하기도 했다면서 중국 당국의 지원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환자들에게 양약과 전통 약을 함께 처방하도록 했고, 앞서 "많은 사람이 부작용 없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중국 전통 약을 복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도 지난해 중국 전통의학을 '문화적 자신감'으로 칭하는 등, 중국의 국가적 자부심과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쓰려고 한다고 SCMP는 해석했다.
국가중의약관리국 위옌훙(余艶紅) 부국장은 23일 "일본·한국·이탈리아·미국·이란·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프랑스 등 10여개국에 중국 전통의학과 침술 도구를 기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중의약관리국 관계자는 "중국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해 매우 기쁘다"면서 "전통의학이 타국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전통의학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베이징셰허(北京協和)병원 집중치료 병동 두빈(杜斌) 주임은 표준화된 실험을 통해 전통 약의 효과를 정립하기 어렵다면서 "겉보기에 완전 같은 환자들에게도 매일 처방과 복용량이 달라, 타당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난징대 정치학과 구쑤(顧肅) 교수는 "이념적 근거로 전통의학을 홍보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어떤 치료법이 효과적인지는 과학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의학을 공부 후 서양의학도 전공한 한 의사는 코로나19에서 전통의학의 효과는 플라시보일 뿐이라고 봤다.
그는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통 약을 처방하는 것은 병원에 하달된 국가정책이다. 최고 지도부는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으면 전통 약을 처방하도록 했다"면서 "누가 감히 국가정책에 반대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 버지니아대 통합의학대학 라오리싱(勞力行) 학장은 효과를 입증할 통계가 부족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전통의학 치료 후 상태가 악화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무엇이든 효과적인 치료법이 필요한 상황에서 왜 사용을 멈추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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