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이성 통계국 부국장 우한 봉쇄 후 60일간 일기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한 관리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드러난 관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24일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예칭(葉靑) 후베이성 통계국 부국장은 우한(武漢)에서 지난 1월 23일 도시 봉쇄 조처 이후 60일 동안 일기를 써왔다.
예 부국장은 일기에서 지방정부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그는 "관료주의는 바이러스처럼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바이러스보다 더 끔찍하기도 하다"고 썼다.
그는 우한의 도시 봉쇄 당시 주택단지와 마트 등도 동시에 폐쇄했으면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월 17일에야 엄격한 주택단지 봉쇄가 이뤄졌는데 그때까지 인구 유동이 많아 교차 감염을 초래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왜 우한과 후베이 지도자들이 바뀌었나? 의사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앙정부의 지침을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 부국장은 코로나19 발병 시기에 관료주의를 노출한 우한은 국가 전체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원량(李文亮) 등 우한 의사 8명이 코로나19를 경고한 일은 관료주의에 도전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들 8명은 유언비어 유포죄로 경찰에서 처벌받았다.
우한 주민들도 관료주의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예 부국장은 지난 7일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한 주택단지를 시찰할 때 주민들이 "모두 거짓이다"고 외치면서 항의한 일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 1월 11∼15일 열린 후베이성 양회(兩會·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정치협상회의 위원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홍콩에서 온 위원들밖에 없었다고 그는 전했다.
예 부국장은 우한과 후베이의 주요 관리들이 교체된 뒤 관료주의와 형식주의가 수정됐지만 일부 문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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