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구' 열풍이 한풀 꺾인 가운데 해외주식 종목에서도 코로나19 테마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연초 미국의 대형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해외 주식 종목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애플로, 이 기간 애플 주식 3억5천467만달러(약 4천405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이어 매수액 상위 5위까지는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나란히 포진했다.
하지만 매수 상위 종목 순위를 넓혀보면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행태의 변화도 감지된다.
모더나(Moderna),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등 새롭게 부상한 바이오 종목도 있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액을 보면 모더나가 3천100만달러로 24위를 기록했다. 모더나는 순매수액 기준(1천880만달러)으로는 14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길리어드 사이언스 매수액은 2천976만달러(상위 26위)로 집계됐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순매수액 기준(1천14만달러)으로는 23위였다.
모더나와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모두 코로나19 테마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종목 모두 지난달까지 매수액 기준 상위 50위에도 들지 못했으나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임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는 미 국립보건원(NH) 산하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와 함께 시애틀의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에서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모더나가 개발한 리보핵산(RNA) 기반 백신은 오는 7∼8월 1차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길리어드는 한국 등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임상시험 단계이지만 위중한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쓰게 해 달라며 '동정적 사용' 또는 '긴급 사용'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2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모더나와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각각 연초 이후 35.84%, 11.74% 급등했다.
이는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같은 기간 34.68% 폭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효석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보다 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높은 전파력뿐 아니라 치료제와 백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세계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초기 단계의 결과만으로 마치 치료제가 개발된 것으로 생각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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