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의료용 장갑 생산 중단에 전 세계 의료업계 비상

입력 2020-03-25 09:56  

말레이 의료용 장갑 생산 중단에 전 세계 의료업계 비상
말레이, 전 세계 의료용 장갑 생산 비중 70% 넘어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전 세계 의료용 장갑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공장 가동이 멈춰 의료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비상이 걸린 말레이시아고무장갑제조업협회는 이번 주 의료용 장갑 업체들을 필수 사업장으로 분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그나마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공장의 절반만 가동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전 세계 의료용 장갑 4켤레 중 3켤레를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업체들은 협회의 건의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직원들 절반을 해고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용 장갑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물량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출하기 전에 국내 수요에 먼저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의 데니스 로우 회장은 성명에서 "의료용 장갑의 생산 중단은 전 세계에 재난이 될 것"이라면서 회원사들은 이미 190개국으로부터 수백만켤레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의료용 장갑을 생산하는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의료용 장갑 부족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리건간호사협회의 레이철 검퍼트 홍보 책임자는 "충분한 게 아무것도 없는 벼랑 끝 위기"라면서 "몇주 뒤면 의료용 장갑이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제품의 사재기나 배급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병원들은 공공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병원들에 같은 전염병의 환자를 치료할 때 장갑을 교체하지 말고 요리용 장갑의 사용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 후 사망한 이탈리아 의사의 경우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의료용 장갑이 없다"면서 환자들을 맨손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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