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98%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유인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토머스 길레스피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기고한 서한에서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유인원이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길레스피 교수 등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인간의 건강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유인원에게도 잠재적으로 끔찍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인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에게는 경미한 증상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유인원에게 치명타를 입혔다는 과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코로나19가 유인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8년에는 인간이 야생에 사는 유인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처음으로 나왔고, 2016년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침팬지에게 전해진 사례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젊은이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유인원을 보겠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립공원을 방문했을 때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인원은 이미 산림파괴와 밀렵 등 외부 위협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국립공원과 보호구역, 동물원을 폐쇄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프리카 콩고와 르완다 국립공원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관광객과 연구진이 접근할 수 없도록 문을 닫았지만, 밀렵꾼이 침투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길레스피 교수는 2017년 전 세계적으로 500여종에 달하는 영장류의 6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75%는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논문을 공동 작성한 바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 유지해야 하는 거리를 기존 7m에서 10m로 늘리고, 지난 14일 동안 아팠거나, 아픈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 어떤 사람도 유인원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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