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항공편 문 닫았지만 외국서 온 자국민 '감염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터키 제외, 이스라엘 포함) 지역의 12개국과 팔레스타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만명이 넘었다.
25일(테헤란 현지시간) 자정을 기준으로 중동 각국 보건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확진자는 3만3천240명으로 전날보다 11% 늘어났다.
이란의 비중이 81%로 압도적이지만 지난 한 주간 흐름을 보면 이란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한 주 전인 18일 중동 지역 확진자 가운데 이란의 비율은 89%였다.
25일 현재 전날과 비교한 이란의 확진자 증가율은 9%였으나 이란을 제외한 다른 중동 국가로만 계산하면 22%였다. 이란의 확진자 수가 많아 증가율 변화가 둔하지만 이란에 집중됐던 중동 지역의 코로나19가 다른 지역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동에서 지난 한 주간 확진자 증가율은 이스라엘(총 확진자 2천369명. 447%↑)과 사우디아라비아(900명. 278%↑)가 두드러졌다.
요르단(207%↑), UAE(195%↑), 오만(154%↑), 레바논(150%↑), 이집트(133%↑)도 한 주 새 2∼3배로 환자가 급증한 곳이다.
이 기간 중동 전체의 확진자 증가율은 69%였다.
중동에서는 1월29일 UAE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한 달 반만인 이달 12일 처음으로 1만명이 넘었지만 2만명이 되기까지는 7일이 걸렸고 3만명까지는 6일이 소요됐다.
1만명이 추가로 늘어나는 데 걸린 기간이 점점 단축되는 흐름인 셈이다.
중동 지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5일 현재 이란 2천77명을 포함해 9개국이 걸쳐 모두 2천147명이다. 이란에 이어 이라크(29명), 이집트(21명) 등의 사망자가 많다.
지난 한 주간 확진자가 급증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코로나19가 중동에 유입되자 어느 나라보다 먼저 국경과 항공편을 통제해 외국인의 입국을 엄격히 차단한 곳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 보건부의 발표를 보면 유럽, 미국, 이웃 중동 국가 등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고 항공편이 끊겨가자 서둘러 귀국한 자국민 가운데 감염 사례가 증가했다.
또 기존 감염자와 접촉한 이력이 확인된 2차 이상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UAE 역시 발병 초기에는 이란과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이 감염원이었으나 최근 확인된 확진자는 국내 거주자의 감염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는 확진자의 이동 경로 추적 등 역학 조사에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커지고 있다.
중동 각국 정부는 국내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 대중시설 폐쇄, 대중교통 중단 등 강경한 비상책을 시행 중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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