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발생 지속…"확진자 감염경로 파악돼야 일상복귀 검토"
일상생활 접목 '합의점' 찾아야…정부, 구체적 지침 마련 중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채새롬 기자 = 정부가 보름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진하는 가운데 해당 기간이 끝나는 4월 5일 이후에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전문가들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명 내외로 지속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집회, 모임 자제 등 방역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10일 뒤 사회적 거리두기 총력전이 끝난다고 해서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에 따라 출퇴근이나 종교활동, 취미생활 등 일상에서 지켜야 하는 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거리두기로 '2차 전파' 차단…"확진자 줄어야 일상복귀"
의료계는 4월 5일이 지난 뒤에도 한동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부터 전파력을 갖는데 지역사회에 감염자가 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서 방역활동을 하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있다면 진단검사로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을 찾아내는 방식으로는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이유도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감염자들이 '2차 전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역사회 감염 불씨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보름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총력전만으로 이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시설, 요양기관 등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위험이 존재한다.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검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는 검역을 강화한다고 해외유입을 100% 차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재유행 위험이 크다"며 "날씨가 따뜻해지고 습도가 올라가면 지역사회 감염률이 떨어질 테니 그때까지는 당분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도 언제를 안정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확진자를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확진자 발생이 줄어야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 달처럼 개별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할 수 있고, 접촉자 조사가 일일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 복귀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언제 어디서 감염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 해소돼야 한다"며 "국내에서 30번째 환자가 나오던 때처럼 확진자가 확실히 줄어든 뒤에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 내 거리두기 필수…식당·PC방 등 시설 내 거리 넓혀야
정부는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상생활 복귀의 '합의점'을 찾고 있다. 학업중단, 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타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월 6일 이후에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진한다. 관련 지침도 마련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은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방역 조치를 최대한 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려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침에는 학교, 직장, 식당, 대중교통 등 일상 영역에서 방역을 위해 지켜야 할 구체적인 '생활 방역'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개학한다면 학교 내 생활 방역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현재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동안 수업에 따른 교실 이동, 화장실 이용, 급식 등 최소한의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상시 관찰하고, 교실 등의 창문을 수시 개방해 충분히 자연 환기하고, 화장실·세면대에 손 세척제와 종이 타월을 충분히 비치해야 한다.
학생 간 접촉을 막기 위해 시차 급식, 칸막이 설치 등 방안 외 별도 교실을 급식실로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개학한 다른 국가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이달 23일 학교 문을 연 싱가포르는 학생들이 교실 내에서도 떨어져 앉되 주기적으로 손을 씻고 자신들의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시키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좌석 간 거리를 띄우고, 주기적인 환기와 소독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온라인·재택근무와 시차 출근제 등을 더욱더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
식당과 다중이용시설 등에서도 구체적인 '거리두기' 지침이 필요하다.
각종 기관 등에서는 현재 구내식당 내에서 가급적 마주 보지 않고 식사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전체 식당을 대상으로 이런 조치가 확대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당 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식사를 할 수는 없으니 식당 내 식탁 간 거리를 넓히고, 같은 식탁에 앉더라도 마주 보거나 옆에 앉지 않고 대각선으로 앉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PC방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수칙을 준수해야 입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는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식사를 자제하고, 여럿이 찬송가를 한 번에 부르는 것보다 경건한 분위기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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