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코로나19 경제 대응책 놓고 충돌(종합)

입력 2020-03-27 07:21   수정 2020-03-27 11:50

EU 회원국, 코로나19 경제 대응책 놓고 충돌(종합)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 등 놓고 분열…EU 정상 화상 회의서도 논쟁
이탈리아·스페인, 공동 대응책 초안 거부…재무장관들에 추가 대책 마련 시간 부여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 문제 등 공동 대응책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단합된 대책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당장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날 제시된 EU 정상들의 경제 대응책 초안이 너무 약하다며 거부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쟁에 맞는 획기적인 재정 수단"을 사용하는 "강하고 충분한" 재정 대응을 원한다면서 EU 정상회의와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중앙은행,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에 적절한 해법을 내놓는 데 10일을 주겠다고 밝혔다. 스페인도 이를 지지했다.
결국 EU 정상들은 이날 6시간에 걸친 논쟁 끝에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강력한 경제 대응책을 내놓는 데 2주간의 시간을 주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EU 회원국들은 최근 유로존(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공동 채권 발행 문제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대응할 공동 대응책을 놓고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소위 '코로나 채권'으로 불리는 공동 채권 발행 방안은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를 계기로 제기된 '유로본드'와 유사한 구상이다.
유로본드는 회원국들의 재정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각 회원국이 공동 지급 보증하는 방식 등이 제안됐으나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재정이 취약한 회원국은 차입 비용과 신용 리스크를 낮춰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재정이 양호한 회원국의 경우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신용도 하락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EU 경제에 타격이 커지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를 비롯한 9개 국가 정상들은 전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공동채권 발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화상회의에서 유로존 정부들의 공동채권 발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안은 이탈리아 등 코로나19의 타격이 큰 회원국들이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 병원 지원이나 기업들의 도산을 막는 조치에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유로본드에도 반대해왔던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부유한 북부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부채율이 높은 남부 회원국 간 해묵은 갈등을 다시금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연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남부 유럽에서 북부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길 위험이 있으며, 이는 향후 EU와 유로존 내 협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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