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악화 탓 코로나19 글로벌 경제충격 커진다

입력 2020-03-27 09:48   수정 2020-03-27 14:31

미중관계 악화 탓 코로나19 글로벌 경제충격 커진다
WSJ 진단…'우한 바이러스' 논쟁에 G2 견원지간
"불화에 경기회복 차질…글로벌 금융위기 극복도 미중협력 덕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주요 2개국(G20)인 미국과 중국 간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불신이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더 커지면서 전례없는 경제위기 돌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양국은 고율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 기술패권을 향한 수출입규제, 중국의 글로벌 세력확장과 미국의 견제 등으로 이미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이처럼 경색된 관계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발병 책임을 두고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더 악화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은 공식 석상에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혹은 "우한 바이러스"라 부르며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을 부각하고 있다.
이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뚜렷한 근거를 대지 않은 채 트위터로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곧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양국 간 설전의 여파로 각국 기자들이 상대국에서 추방되기도 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는 미국이 공동 성명에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명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이 이를 거부하며 공동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이날 진행된 주요 20개국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은 서로를 직접 호명하지 않고 공동 성명을 승인하는 데에 그쳤다고 WSJ이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WSJ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두 국가가 이처럼 갈등을 빚는 것은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임한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런 적대감은 협조가 필요한 분야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조하면 세계 경제를 더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국이 공조해 함께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전 세계가 열린 무역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미국 측 일부 경기부양 효과는 중국에 흘러 들어갈 것이고, 중국의 일부 경기부양 효과도 미국에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양국 관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두 나라가 선보인 경제적 공조와 대조적이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수요를 떠받치기 위해 밀접한 공조 하에 대규모 재정지출 프로그램을 함께 발표하고 다른 G20 국가들에도 비슷한 조처 도입을 촉구했다.
WSJ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 달 새 두 번이나 전화하며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주 좋은 관계"라며 이날 밤 오후 9시(한국시간 27일 오전 10시) 통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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