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 의원 "호명 투표해야"…펠로시 "이기적으로 행동 말라" 투표 방해 경고
민주 하원 원내총무 측 "구두 투표 무산 가능성"…더힐 "호명 투표시 30명씩 입장"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미국 하원이 상원에서 넘겨받은 2조2천억 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방침인 가운데 일각의 투표 연기 움직임에 대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 상원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이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는 27일 하원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원에서 가결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곧바로 발효된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 27일 '구두 투표'(voice vote) 방침을 밝히면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을 향해 표결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민은 확실성을 원한다"며 "내일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원의 구두 투표 방침에 반해 '호명 투표'(roll call vote)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이기적이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구두 투표는 의원들이 의회에 나올 필요 없이 투표하는 것이며, 호명 투표는 직접 의회에 출석해야 한다.
하원 지도부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워싱턴DC로 모여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구두 투표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길 바라고 있다.
당장 미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8만 명을 넘어서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내는 국가로 기록됐다.
펠로시 의장은 원활한 구두 투표를 위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마크 메도스 백악관 신임 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와도 연락을 취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호명 투표를 요구하지 말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동료 의원들에게 구두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구두 투표가 모든 이들을 워싱턴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법안 통과를 늦추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반대 의사를 표명할 기회와 토론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소 한 명의 의원이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표결을 반대할 수 있고, 일부는 호명 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로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은 법안 투표를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면서 하원 지도부에 참석자 집계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에서도 호명 투표를 요구하는 의원이 있다고 펠로시 의장은 전했다. 다만 누구인지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원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가능하면 27일 오전까지 워싱턴으로 돌아오라고 권고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 측은 "법안이 구두 투표로 처리 안 될 가능성을 의원들에게 통보했다"며 "의원들이 내일 오전 10시까지 워싱턴에 있을 수 있고 또 그럴 의향이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공지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7일 오전 9시 하원이 소집돼 만장일치로 법안을 상정해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호이어 측은 "우리는 곧장 2시간가량 이어질 토론을 할 것"이라며 "법안이 구두 투표로 통과될지, 공화당이 기록 투표를 강요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호명 투표가 진행될 경우 안전을 위해 투표 절차가 바뀔 수도 있다.
호명 투표가 소집되면 의원들은 30명씩 알파벳 순으로 분류돼 회의장에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손 세정제를 사용해야 하며, 토론이 예정된 의원들만 투표에 앞서 들어갈 수 있다.
현재 하원 의원 수는 430명이며, 의원들은 지난 14일 이후 대부분 워싱턴을 떠나 있는 상태다. 2명의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3명은 자가 격리 중이다.또 일부는 '자택 대피' 각 주의 명령 아래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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