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가봉쇄령' 사흘째…곳곳에서 혼란·경찰 폭행

입력 2020-03-27 11:52   수정 2020-03-27 13:51

인도 '국가봉쇄령' 사흘째…곳곳에서 혼란·경찰 폭행
경찰이 얼차려 망신 주기도…일용직 등 오갈 데 없어져
"코로나가 아니라 굶주림으로 죽을 것"…감염 증세 숨기기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발동한 국가 봉쇄령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혼란과 충돌이 빚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25일부터 21일간 발동된 봉쇄 기간에는 학교, 교통 서비스, 산업시설이 모두 폐쇄되고 주민 외출도 엄격히 제한된다.
다만, 식품점, 은행, 병원, 주유소 등 생활 필수 시설 운영과 이와 관련한 주민 외출과 식품 배달 등은 허용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당국의 지침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봉쇄령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NDTV 등 현지 언론은 곳곳에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수도 뉴델리를 비롯한 전국 여러 곳에서는 경찰이 막대기 등으로 행인이나 오토바이 운전자 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외출 목적을 묻거나 외출 허가 증빙 서류 등을 확인하기도 전에 폭행부터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경찰은 행인에게 뜀뛰기 등 얼차려를 주거나 '나는 사회의 악이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거리에 서 있게 하는 등 망신을 줬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한다며 식품점 인근 등 사람이 몰릴만한 곳 바닥에 띄엄띄엄 원이나 선을 그린 뒤 간격을 띄워 대기하게 한 장면도 목격됐다.

뉴델리에서는 한 사복경찰이 야채 노점 매대를 뒤집어엎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NDTV는 "야채는 봉쇄 기간에도 판매가 허용된 필수품"이라며 "무엇이 허용되고 어떤 것이 금지되는지 분명치 않아 많은 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을 찾아 떠돌던 일용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인도에서는 가족이 함께 건설 현장 근처 가건물에 머물며 일하는 저소득층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당장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교통수단이 끊어진 가운데 어린아이들과 함께 100㎞ 이상 떨어진 고향으로 향하는 가족의 사연이나 주 경계를 넘지 못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도 보도되고 있다.
뉴델리에서 작은 요구르트 음료 가게를 운영하는 모하메드 사비르는 BBC방송에 봉쇄령으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아니라 굶주림이 나 같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26일 1조7천억루피(약 27조6천억원)를 취약 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이 와중에 경찰의 단속을 피해 편법을 동원해 이동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뭄바이 경찰은 26일 컨테이너 트럭 2대에 몰래 숨어 타고 이동하던 근로자 300여명을 단속하기도 했다.
현지 TV 채널은 물탱크차 안에 숨어있다가 적발된 이들의 모습도 보여줬다.
감염의심자가 병원행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격리 시설에 수용될 것을 두려워한 탓에 감염 증세가 있어도 숨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바이러스 검사 수가 적은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오전까지 인도에서는 69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누적 수십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신규확진자가 하루 80∼90명가량으로 늘어났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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