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필수 단백질에 '폐기 스티커' 부착→ 프로테아좀이 파괴
독일 본 대학 연구진, 저널 '케미컬 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의 세포가 제 기능을 하려면 쉬지 않고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쓸모가 없어진 단백질에는 분자 '폐기 스티커'가 붙는다. 그러면 단백질 분해 효소 복합체인 프로테아좀(proteasome)이 딱지 붙은 단백질을 파괴해 재활용 사이클로 넘긴다.
프로테아좀의 이런 단백질 분해 메커니즘을 이용해 암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독일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쉽게 말하면 암세포의 성장에 꼭 필요한 단백질에 분자 '폐기 스티커'를 붙여, 프로테아좀이 파괴 목표로 오인하게 하는 것이다.
독일 본 대학 약물학 연구소의 미하엘 귀초브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케미컬 사이언스(Chemical Science)에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여기에는 PROTACs(proteolysis targeting chimeras)라는 '분자 잡종(molecular hybrids)'이 쓰인다.
연구팀은 시험관에서 PROTACs를 테스트해 프로테아좀의 폐기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걸 확인했다.
우리 말로 '단백질 분해 표적 키메라' 정도로 옮겨지는 PROTACs는, 암세포의 표적 단백질에 달라붙는 분자 파트와 스티커 부착 효소와 결합하는 구조적 요소로 구성된다.
암세포의 표적 단백질에 폐기 스티커를 실수 없이 붙이려면, PROTACs가 단백질과 스티커 효소를 묶어 놔야 하는데 이 과정에 매우 까다롭다.
수십 종에 달하는 각 세포의 스티커 효소(ubiquitin ligases)에 맞춰, 단백질 결합이 잘 이뤄지는 PROTACs를 만들어 일일이 테스트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
결국 연구팀은 암세포의 빠른 증식을 돕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작용물질(active substances)을 개발해, PROTACs가 프로테아좀의 단백질 파괴를 유도하는 걸 확인했다.
귀초브 교수는 "어떤 기술을 써서 작용물질을 최대한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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