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신천지 집단감염이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블랙스완효과' 초래

입력 2020-03-28 07:00   수정 2020-03-28 07:58

[건강이 최고] 신천지 집단감염이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블랙스완효과' 초래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신천지감염 제외해도 아직 여러 지역 재생산지수 1 웃돌아"
"향후 블랙스완 없겠지만 아직은 살얼음판…억제 노력 지속할 때"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블랙 스완'(black swan) 효과는 도저히 발생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 엄청난 충격과 파급력을 가져오는 사건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기획재정부가 펴낸 시사경제용어사전을 보면, 이 용어는 미국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한 이후부터 두루 쓰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이런 블랙 스완 효과가 발생해 정부 감염관리정책에 큰 충격과 혼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김남국(융합의학과
)·김성한(감염내과) 교수팀은 지난 2∼3월 국내에서 발생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감염이 블랙 스완 효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런 블랙 스완 효과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개학 연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권장 등 현재의 감염 관리 정책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혼란을 초래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코로나19 '재생산지수'(R) 분석에서도 신천지 집단 감염 요인을 배제해야만 현재의 감염 확산 정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생산지수는 보통 감염병 환자 1명이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감염력을 추정하는 개념이다. 이 수치가 1이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재생산지수가 높아질수록 감염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재생산지수는 각각 0.4∼0.9, 4였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던 지난 1월의 재생산지수는 최대 3.6까지 올라갔었다.
연구팀은 신천지 관련 확진자를 제외한 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지역별 코로나19 재생산지수를 추산했다.
이 결과 지난 26일 기준으로 지역별 재생산지수가 1을 넘는 지역은 대구(1.00)와 경북(1.03)을 제외하고 서울(1.27), 충북(2.09), 대전(1.49) 3곳이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2일 이후 5일째 재생산지수가 1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경기도는 23일 이후 재생산지수가 1 밑으로 떨어져 26일에는 0.69를 기록했다.
김남국 교수는 "신천지 또는 신천지 사태의 주 무대가 됐던 대구·경북 지역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확진자 수를 바탕으로 계산해봐도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산지수가 1 미만으로 억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역에 따라 수치 차이가 큰 건 한동안 환자 발생이 없다가 갑자기 해당 지역에 여러 명의 환자가 추가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의 노력으로 향후에는 신천지 사태와 같은 블랙 스완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살얼음판"이라며 "앞으로도 감염 확산 억제를 위한 노력이 현재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지속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의 유행 종식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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