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여야 설득 천문학적 부양책 성사…"트럼프에 필수존재로 자리매김"
트럼프 의심은 안걷혀…실제 경기부양으로 이어갈지가 므누신의 최대 과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처 국면에서 대통령의 대변인 같다는 초반의 평가가 무색하게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므누신 장관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으나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를 한꺼번에 설득해 낸 데는 므누신 장관의 공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성공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가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협상가의 협상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미국 내 코로나19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선 므누신 장관의 역할을 조명했다.
2조2천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므누신 장관이 최고의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가로 나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명한 견해차를 조정하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설득해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것이다.
WP는 므누신 장관이 공화당을 설득해 민주당과 협의를 하게 하고 민주당을 설득해 합의를 끌어낸 뒤 가장 중요하게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궁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천한 죄로 참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놀림당하고 비판 당한 적도 여러 번이지만 엄청난 간극을 좁혀야 하는 협상에 여러 차례 성공하면서 자신을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웨슬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P에 "초반에 므누신 장관은 진지한 정책 입안자라기보다는 대통령의 대변인처럼 굴었으나 이런 위기에 맞서 여야의 합의를 끌어내는 중요한 과업에 적극 개입했다"면서 "행정부와 의회를 오가며 거의 누구도 하기 어려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한 전직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남들이 자신에게 갖다주지 못하는 걸 가져오는 므누신의 능력을 아는 것"이라며 "므누신은 트럼프를 아주 요령 읽게 읽어내며 뜨거워진 상황에 진입해 얻어낸 것을 대통령을 위한 중대 성취로 묘사하는 데 능하다. (실제로는) 중대 성취가 아니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라고 한다.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에게서 므누신 장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전화를 자주 받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자신 역시 므누신 장관이 민주당의 요구에 쉽게 동의해주는 것 아닌지 걱정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최고의 협상가를 자처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므누신 장관의 과제 역시 끝난 게 아니다. 이날 2조2천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통과한 상황에서 이러한 천문학적 자금으로 경제살리기를 성공적으로 끌어내는지가 또다시 므누신 장관에게 달려있다.
WP는 거의 5천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도, 1천200달러씩의 현금을 미국인들에 차질없이 지급하는 것도 므누신 장관의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현금 지급은 다른 참모들을 물리치고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낸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게다가 사방의 눈이 므누신 장관에게 쏠려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실제적 경기부양을 끌어낼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스티븐 로젠탈 미 어번브루킹스 세금정책센터 연구원은 WP에 "재무부와 므누신은 이제 모든 것의 중심에 있게 된 것이고 경기부양책 추진의 상당 부분이 므누신의 손에 달린 것"이라며 "므누신의 파워는 대공황 시절 재무장관의 파워를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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