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완화 시사 속 보건당국자·전문가·주지사들 우려 표출
"시간표는 바이러스가 정하는 것" "아직 발병 초입" "4월 힘든 한달 될 것"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의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보건 당국자 및 전문가, 주지사들 사이에서 완화에 대한 '시기상조론'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미국이 최근 전 세계 발병 최다국의 오명을 쓰게 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이드라인 완화를 통한 경제활동 조기 재개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내비치며 부활절(4월12일)을 그 시간표로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초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내 보건 당국자 등과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TF 소속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CNN방송 '스테이트 오브 유니온' 인터뷰에서 가이드라인 완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람들이 시간표를 정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시간표를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다만 효과적 검사 등 적절한 조치가 유지된다면 일부 지역에서 제한을 완화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부연했다고 CNN은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나는 (발병) 곡선의 완화를 보고 싶다"며 일일 발병 수치 증가가 둔화하고 고비를 넘겨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완화의 강도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인 더 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스콧 고틀리프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해제하기에는 너무 빠르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고틀리프 전 국장은 "4월은 힘든 달이 될 것이다. 5월이 오면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 일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가이드라인 변경은 지역별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톰 잉글스비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국장 역시 폭스뉴스 방송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 "우리는 아직도 이 (코로나19) 발병의 아주 초입에 있다"며 코로나19 발병이 일정 기간 계속될 것이며 이를 중단하기 위한 주요 조치의 일환으로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지사들 사이에서도 섣부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주 주지사는 폭스뉴스 방송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2주 뒤인 부활절 언저리에는 뉴욕 처럼 될지도 모른다"며 전례 없이 공격적인 조처를 해왔음에도 발병이 계속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면서 2주 안에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두어주 내에 경제 활동을 재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그레천 휘트머(민주) 미시간 주지사도 NBC 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조치에도 불구, 특히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발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CNN방송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 "우리는 과학과 현실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활발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주 구석구석으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퍼져나갈 것"이라며 주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워싱턴주의 경우 최근 시작한 '2주간 자택 대피령'을 연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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