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투숙 고객 확진 잇따라…임시휴업 따른 손실에 '울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객 감소로 경영난에 빠진 호텔들이 확진자 투숙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무증상으로 투숙했다가 뒤늦게 코로나19 감염이 확진되는 고객들이 잇따르면서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숙박업체의 특성상 열화상 카메라, 수시 방역과 소독 등 모든 조치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차단은 역부족이다.
확진자가 나온 호텔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임시휴업에 들어가고 있다.
3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업을 했던 호텔은 파크 하얏트 서울, 신라스테이 역삼·서초, 노보텔 앰버서더 서울 용산 등이다. 제주 해비치리조트호텔과 제주 한화리조트도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로 문을 닫았다.
이들 호텔은 체크인 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을 체크하고, 외국 방문·확진자 접촉 여부를 묻는 등 예방조치를 했지만 결국 고객이 투숙 도중이나 체크아웃 후 확진 판정을 받아 임시휴업을 택했다.
고객이 감염 가능성이나 증상을 숨기고 투숙할 경우 호텔로선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짧게는 2일, 길게는 2주를 넘기는 임시 휴업에 따른 손해는 막심하다.
휴업 기간 예약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투숙·예약객에게 지불해야 할 환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확진자 투숙으로 호텔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 이래저래 '속앓이'가 깊어진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른 서비스업장에 비해 까다로운 임시휴업 절차도 호텔들로서는 스트레스다.
방역당국으로부터 확진자 투숙을 통보받은 호텔들은 곧바로 숙박 중인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체크아웃이나 인근 호텔 이동을 안내한다. 신라스테이 등은 인근 호텔 이동 시 택시비도 지원한다.
나아가 휴업 기간 예약 고객에게 일일이 연락해 예약을 취소시켜야 한다.
건물이 폐쇄되고 방역과 소독이 실시된 후에도 위생을 중시하는 호텔로서는 더욱 꼼꼼하게 방역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확진자 방문으로 휴업한 한 호텔 관계자는 "몇몇 고객으로부터 안내 도중 '왜 확진자인 걸 몰랐냐', '왜 막지 못했냐'며 질책을 받았다"면서 "우리로서는 고객에게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 확진 고객이 왜 하필 우리 호텔에 왔나' 하는 아쉬운 마음은 떨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4월 1일부터 지역·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국내 입국자에게 2주간의 의무적 격리를 시행하기로 한 정부 대책이 호텔업계에 어떤 상황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주목된다.
특히 외국 유학생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 강남의 호텔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입장에선 투숙객 감소에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모가 큰 호텔일수록 더 그렇다"면서 "감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호텔 투숙을 자제해야 호텔들이 살 수 있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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