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력 판매량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이달 들어 가장 전력을 많이 사용한 날에도 전력수요 대비 예비전력의 비율이 24%에 달하며 역대 3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따뜻한 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산업용 전기 소비 감소가 겹치면서 남는 전력이 많아진 것이다.
3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한 일시는 10일 오전 11시 7만3천329MW였고, 이때의 공급예비율은 23.9%를 기록했다.
최대전력은 일정 기간의 1시간 평균전력이 최대인 전력수요 값을 말한다.
공급예비율은 가동 중인 전력설비의 공급용량과 최대전력의 차이인 공급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공급예비율이 높을수록 여유 전력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전체 발전설비 용량(12만5천887MW)과 최대전력의 차이를 최대전력을 나눈 설비예비율 역시 71.7%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컸다.
예비율이 높은 것은 올해 기온이 예년보다 온화한 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산업용 전기 사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전력[015760]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의 전력 판매량은 4천633만MWh로 지난해 1월보다 4.8% 감소했다. 이중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천416만MWh로 5.9%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월부터는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했고 3월에는 전 세계로 퍼지는 형국이어서 산업용 전력수요는 더 많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일부 공장은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에너지업계는 이와 같은 전력 수요 감소 추세가 장기화하면 국내 발전업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비율이 높아지면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석탄 발전소 위주로 전기가 생산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는 발전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LNG업계는 경영난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건설한 발전소 상당수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건 국가적인 자원 낭비"라며 "낮은 수요로 인한 원전·석탄 화력 중심의 전력생산 구조가 더 굳어질 경우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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