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봉쇄령 나흘째…군경 과잉단속 논란 불거져

입력 2020-03-31 03:22  

남아공 봉쇄령 나흘째…군경 과잉단속 논란 불거져
경찰, 취재 기자 향해 고무탄 발사…"경찰 테이저건에 한명 사망"
일부선 통제 방치…노인 수백명 사회적 거리두기 없어도 놔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적 봉쇄령에 돌입한 지 나흘째인 30일 군경의 과잉대응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까지 정부 봉쇄령 지침을 어겨 체포된 사람은 148명이다.
이 과정에서 군경이 단속 중인 시민들의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때굴때굴 구르기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자 남아공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군인들의 과잉단속을 비판했다.

아울러 남단 휴양도시 케이프타운에선 봉쇄령으로 주류판매가 금지됐는데도 불구하고 맥주를 사러 가던 한 남성이 경찰에게서 테이저건을 맞고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따라 독립경찰조사국(IPID)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현지 매체 '뉴스24'가 전했다.
군경들이 이동제한 단속을 하는 곳에선 시민들을 향해서만 아니라 취재기자 쪽으로도 고무탄 총격을 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지난 27일 요하네스버그 여빌에서 뉴스24 리포터인 아자라 카림은 거리에 모여 있던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할 당시 자신이 미디어 소속이라고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다짜고짜 그녀가 있는 쪽을 향해서도 여러 차례 발포됐다고 밝혔다. 치명적일 수도 있는 고무탄이 빗나가 그녀는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남아공편집인포럼(SANEF)은 28일 군경이 기자에게 묻지마식 총격을 가한 것은 물론 기자들의 장비를 압수하거나 위협하는 경우가 여러 건 발생한 데 대해 우려와 항의를 표시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선 아예 사회적 거리두기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뉴스24 보도에 따르면 30일 오전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흑인 빈민촌 마멜로디 지역에서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정부에서 지급하는 고령연금(60세 이상), 장애인 연금 등을 받으러 지급 장소인 한 소매점 앞으로 이른 아침부터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봉쇄령 속에도 식료품점, 약국, 주유소, 은행 등은 영업을 계속하며, 연금 수령 등은 허용된다.
연금을 받기 위해 주민들은 수백 명이 서로 밀착해 긴 줄을 서는 데도 3명의 사설 보안원이 출입만 간신히 관리할 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군경의 간섭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연금 수령을 도와주러 함께 왔다는 메이시 마쿠와는 뉴스24에 "모두가 밀고 들어가려고 하는 통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고 엉망이다"면서 오전 7시부터 10시 반까지 3시간 반째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동제한 때문에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는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양상을 나타냈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월요일인 이날 프리토리아 시내는 평소 같으면 러시아워 교통 체증이 여러 군데서 벌어질 텐데 출·퇴근 시간대에도 차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외교관 차량은 번호판에 따로 붉은색 'D'표시가 있어 대체로 군경의 제지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9일 기준 1천280명이고 사망자는 2명이다. 단, 지난 14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특별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후 림포포주 랜치 리조트에 격리돼있던 남아공인 112명은 전원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아 29일 전원 퇴소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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