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중단 등 악재에도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깜짝' 증가

입력 2020-03-31 08:41  

대출 중단 등 악재에도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깜짝' 증가
강남 급매물 거래, 강북 풍선효과로 1월 대비 25% 늘어
15억 초과 거래비중도 증가…3월은 코로나, 보유세 충격에 감소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연초 정부의 12·16대책으로 급감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강남권 재건축 등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에서 급매물이 나오자 매수 대기자들이 계약에 동참했고, 비강남권의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서는 풍선 효과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16대책 직후 급감했던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개한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일까지 거래 신고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총 8천74건으로 1월의 6천476건에 비해 24.7% 증가했다.

12·16대책의 15억원 초과 대출 중단,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충격으로 연초 급감했던 거래량이 2월 들어 다시 회복된 것이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은 종전까지 계약 후 60일이었으나 2월 21일을 기점으로 이날 이후 계약분은 신고 기간이 30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1월 계약분은 60일의 신고 기간이 원칙적으로 이달 31일에 종료되지만 2월 계약분은 21일 이전 거래물량의 신고 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2월 거래량은 추가로 신고되는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1월에 설 연휴가 끼어 있었던 점을 고려해도 정부 12·16대책 등 규제를 고려할 때 2월의 거래량과 증가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8년 9·13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2월 거래량(1천456건)은 물론, 2017년(5천730건), 2016년(5천364건)보다 훨씬 많다.
다음 달 하순까지 추가로 거래 신고가 이뤄질 것을 고려하면 주택 거래량이 폭발했던 2018년 2월(9천168건)과 비견될 정도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최근 강남권의 경우 고점 대비 2억∼3억원 이상 싼 급매물이 나오면서 대기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영향이 크다.
실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전용 76.5㎡의 경우 최고 21억원대에 팔리던 것이 2월에는 18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급매물이 소화되며 현재까지 거래 신고된 건수가 1월에 3건에 그쳤으나 2월에는 11건으로 늘었다.

급매 위주로 거래된 강남권과 달리 비강남권의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에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높은 가격에 계약이 늘었다.
구별로 볼 때 지난달 강남구의 거래량이 228건으로 1월(132건)에 비해 72.7% 늘었다.
또 송파구가 1월 220건에서 2월에는 342건으로 55.5%, 서초구가 1월 118건에서 2월 168건으로 42.4% 증가했다.
노원구는 1월 거래량이 819건에서 2월에는 1천141건으로 39.3%, 도봉구는 368건에서 554건으로 50.5% 늘었다.
중랑구도 1월 대비 48.1%(237→351건), 금천구는 42.9%(126→180건) 각각 증가했다.
광진구는 2월 거래량 자체는 110건으로 많진 않았으나 1월(63건) 대비 증가폭은 74.6%로 25개 구를 통틀어 최고를 기록했다.
비강남 인기지역인 동작(32.4%)과 양천구(30.9%), 성동구(31.1%)도 서울 평균 이상 거래량이 늘었다.
이에 비해 용산구는 1월 102건에서 2월 신고분은 현재까지 77건에 그쳐 24.5%가 감소했고 강북구(-18.6%), 중구(-11.1%) 등도 신고 건수가 아직 전월에 못 미친다.
지난달 강남권의 거래가 늘면서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의 비중도 증가했다.
지난달 팔린 서울 아파트 가운데 15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362건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12·16대책 이전인 지난해 10월과 11월의 11.1%, 9.9%에는 크게 미달하지만 올해 1월 15억원 초과 거래 비중이 2.98%까지 떨어진 것에 비해 다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3월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 역시 다시 위축되는 분위기여서 3월에는 거래량이 다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데다 코로나 충격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늘면서 강남뿐 아니라 풍선효과가 있던 강북까지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달 13일부터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으로 투기과열지구내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는 예금잔액증명서 등 15종에 달하는 자금조달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갈아타기 수요 외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3월 계약 건수는 총 2천602건에 그치고 있다.
3월 계약분은 4월 말까지 거래 신고가 이뤄지기 때문에 한 달의 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현재 신고 추이로 볼 때 2월 수준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은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글로벌 경기 흐름과 총선 결과,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5∼6월까지 내놓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에 달려 있다고 본다.
정부가 코로나 위기 탈출을 위해 쓰고 있는 양적 완화 조치로 변수다. 이미 시중에 수많은 자금이 풀린 상태에서 유동성이 또다시 증가하고, 예상 빨리 경제가 회복될 경우 추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보유세 부담,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강남권은 물론 강북도 거래 추이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여서 거래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유세·양도세 중과 회피 급매물이 얼마나 많이, 싸게 나오느냐 따라 거래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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