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함도 정보센터 개관…"괴롭힘 없었다" 역사왜곡 논란

입력 2020-03-31 09:31  

일본 군함도 정보센터 개관…"괴롭힘 없었다" 역사왜곡 논란
오늘 관계자만 참석하는 개관식…산케이 "일반공개 당분간 보류"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군함도(端島·하시마섬)를 포함한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유산을 소개하는 정보센터를 도쿄에 설치하고 31일 개관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정보센터에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군함도에서 생활한 재일 한국인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는 증언이 동영상으로 소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정보센터는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설치됐다.
이날 열리는 개관 기념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관계자만 참석하고, 정보센터 일반 공개는 당분간 보류된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산케이는 정보센터에 대해 "군함도 전 주민의 증언 동영상과 급여명세 등이 소개됐고, 한반도 출신자가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는 한국 측 주장과는 다른 실상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태평양전쟁 때 군함도에 있었던 재일 한국인 2세인 스즈키 후미오(鈴木文雄) 씨가 생전에 말한 "주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는 증언을 비롯해 군함도 전 주민 36명의 증언이 동영상으로 소개된다고 한다.
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산업유산 국민회의'의 전무이사인 가토 고코(加藤康子)는 "일차 사료나 당시를 아는 증언을 중시했다"며 "조선인이 학대를 받았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판단은 관람자의 해석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5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군함도를 비롯한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일본은 당시 등재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약속과는 달리 2017년 12월 제출한 첫 번째 이행경과보고서에서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前)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제출한 두 번째 후속 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에 대한 강제노역 인정이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 사항이 포함되지 않는 등 2017년 보고서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3일 논평에서 "일본 측이 한국인의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번 보고서 역시 일본 정부가 상기 관련 이행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센터에서도 당시 군함도에서 조선인이 차별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 소개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정보센터에는 군함도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된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서 일한 대만인 징용 노동자의 월급 봉투 등이 전시돼 일본인 이외에도 임금이 지급됐음을 보여준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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