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31일 발표된 2월 산업활동동향은 코로나발 실물 경제 추락이 현실화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였다. 전월보다 산업생산은 3.5%, 소매판매는 6.0%, 설비투자는 4.8% 각각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 감소 폭은 구제역 파동으로 경제가 얼어붙었던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컸다. 자동차 생산은 27.8% 감소했고, 서비스업 가운데 음식점업(-18.1%), 철도운송(-34.8%), 항공여객업(-42.2%), 여행업(-45.6%)의 급전직하가 두드러졌다. 전례 없는 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업종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지가 확연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2월은 중국과 우리나라만 바이러스의 직접 타격권에 있었을 뿐 유럽이나 미국은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 투자 절벽인 글로벌 셧다운의 악영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것은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2월 20일 이후였다. 따라서 3월 지표는 이보다 훨씬 참혹할 게 뻔하다.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에도 경제의 복원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날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세계 경제의 3대 축 가운데 중국은 바이러스의 고삐를 잡았으나 미국과 유럽은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도 폭발적 감염 확산의 기로에 서 있다. 세계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인적 물적 이동을 억제함으로써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됐다. 영국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G20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1.0%, 미국은 -2.8%, 독일은 -6.8%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나라 성장률이 0.1%,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0.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 노무라증권은 상황이 잘 풀리면 -5.5%, 최악의 경우 -12.2%까지 내려꽂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20여년 전의 외환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중첩되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원대의 민생·금융·기업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70%를 수혜자로 하는 9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까지 편성했다. 이는 예기치 않은 실직 등으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취약계층과 매출 급감에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응급조치였다. 이젠 경제 전반을 조망하면서 산업의 내구력을 보강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 나온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해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거나 기업이 줄도산에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특단의 내수 부양책을 만들어 소비, 생산, 투자를 유발함으로써 산업과 고용의 토대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수출이 막힌 지금은 재정 주도로 수요를 창출할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 512조원 가운데 투자 관련 예산을 경기 부양형으로 재편성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경정예산을 더 동원해서라도 대대적인 '한국판 뉴딜'을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력이 있는 민간기업의 투자도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 살기 위해서는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고 버티는 자가 결국 승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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