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첫 교민 전세기 운항…에티오피아 거쳐 4월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도착 예정
1인당 비용 126만원 전액 민간부담…공항폐쇄후 한국주도 다국적 전세기에 첫 운항허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피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현지 교민 26명을 실은 전세기가 31일 오후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이바투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이날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 임상우 대사는 연합뉴스에 "우리 교민을 실은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전세기가 이곳 시간으로 오후 2시30분 무사히 이륙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교관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이라크, 콩고 등 어려운 곳 근무를 많이 했는데 마다가스카르에 와서 교민들을 전세기로 대피하게 됐다"면서 "정말 다행이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우리 교민을 실은 전세기가 귀국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좌석이 100개인 이 전세기는 우리 교민 외에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 다국적 총 97명이 탑승했다.
당초 우리 교민 수만으로는 모자라 전세기 운항이 어려웠으나 현지 다른 나라 대사들도 한국 주도의 전세기 운항에 자국민 귀국 협조를 요청해와 결국 성사가 됐다.
전세기는 전액 민간인 자비 부담으로 이뤄졌으며, 앞서 다른 나라들에서 귀국 특별 전세기편을 운행한 것처럼 우리 정부에서 부담한 비용은 없다. 전세기 비용은 1인당 1천30달러(약 126만원) 정도로 우리 교민만 탔을 경우 3배 이상을 내야 했으나 다국적으로 좌석을 거의 다 채워 비용을 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전세기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오후 7시10분경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각 다국적 탑승객들은 저마다 그곳에서 귀국 항공편으로 갈아타게 되며, 한국민들은 에티오피아항공의 한국 정기노선편으로 갈아타 인천국제공항에 4월 1일 오후 4시15분경 도착할 예정이다.
전세기 탑승 마다가스카르 교민 26명은 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 부인 등으로 이뤄졌다. 마다가스카르 현지 교민은 약 240명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공항이 폐쇄돼 정기 국제선 운항은 물론 전세기 운항조차 불허됐다.
이후 전세기 운항은 한국 주도의 이번 다국적 전세기가 처음이다. 평상시 매우 북적거리는 이바투 공항은 이날 마다가스카르 교민용 전세기만 운항하기 때문에 한산했다고 임 대사는 전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지난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31일 기준 확진자는 46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아직 없어도 며칠 전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은 첫 지역 감염사례가 수도에서도 발견됐다.
아직 코로나19 확산 초기이긴 하지만 수도 안타나나리보는 미국 뉴욕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반면 의료, 보건, 위생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인구 2천600만명이지만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쓸 산소호흡기는 불과 12개밖에 안되고 그나마 수술실에서 쓰는 것밖에 없는 형편이다.
임 대사는 "마다가스카르는 현지 대통령부터 한국의 압축성장을 모델로 해서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염원이 강한 곳으로 이번에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 잘하고 있다는 점도 전세기 운항 허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면서 "비누는 물론 손 씻을 물조차 부족한 이곳에 한국의 진단키트와 마스크뿐 아니라 대처 노하우도 전수해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마다가스카르 한인회(회장 원현희)는 지난 13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800만원을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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