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전문가들 "통상 8∼10년…나쁜 바이러스보다 나쁜 백신이 더 심각"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시기를 18개월로 잡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고 CNN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TV로 중계된 제약업체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백신이 3∼4개월 안에 준비될 것"이라고 말한 게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1년에서 1년 반은 걸릴 것이라고 즉각 반박해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백신 개발에 12∼18개월이 소요된다는 게 마치 정설처럼 보도됐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CNN이 전했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호테즈는 교수는 "파우치 소장 얘기는 낙관적 예측이며, 엄청난 천운이 따른다면 모를까 1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회의 2주 후인 지난달 16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고 알려진 백신 연구가 시작됐고, 27일에는 시애틀과 애틀랜타에서 1차 임상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대로 개발되기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백신 개발은 동물 테스트 후 3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치게 된다. 1차 임상에서는 소규모 집단에 백신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확인하고, 2차에서는 이를 확대해 위험군을 포함, 수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3차 단계에서는 최대 수만 명까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다.
단계별로 임상 참가자의 면역 반응 등 상태를 최소한 1년은 추적 관찰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백신 개발에는 통상 8∼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시애틀과 애틀랜타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축소해 동물과 임상 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보스턴 글로브 미디어의 '스탯'이 보도했다.
현재 진행 중인 백신 개발에는 혁명적인 기술 혁신이 사용돼 성공만 한다면 완성 시기를 몇 달은 앞당길 수도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NIAID와 제약회사 모더나가 공동으로 생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코로나19의 유전자 정보를 받아 이를 통해 항체를 형성하는 mRNA(messenger RNA) 방식을 연구 중이며, 지금껏 이 방식으로 백신을 유통한 적이 없어 성공한다면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해가 가혹하다는 점이다.
1960년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은 질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유아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1976년에는 돼지독감 백신을 4천500만명에 투여한 결과 450명에서 면역 체계가 신경을 공격하는 길렝-바레 증후군(GBS·Guillain-Barre Syndrome)이 발생해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안전 문제 때문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26년이 걸렸고, 2019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은 5년 만에 콩고민주공화국 등 상황이 심각한 국가에서만 사용토록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2016년이 돼서야 백신의 시험 사용 단계로 들어갔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백신 시험 단계를 거치지 말고 곧바로 투약하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러나 나쁜 바이러스보다 더 나쁜 게 한 가지 있다면 바로 나쁜 백신"이라고 지적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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