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요청 과도하진 않아…"긴급한 자금수요는 일단 진정된 분기말 넘은 시점에서 입찰"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한국은행이 '무제한 돈 풀기'를 개시한 첫날인 2일 금융기관 수요에 따라 시중에 5조원대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입찰을 실시한 결과 5조2천500억원이 응찰했다면서 이 금액 모두 공급한다고 밝혔다.
만기는 91일이며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와 유사한 연 0.78%로 결정됐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수익률과 한은의 직전 RP 매입 평균금리, 증권사의 RP 조달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수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3개월간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은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발표한 뒤 실시한 첫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금융사들의 요청자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지난달 19∼24일에도 증권사 대상 RP 매입과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총 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월 말이 지난 시점에서 입찰이 진행됐기 때문에 계절 요인에 따른 분기 말의 아주 긴급한 자금 수요는 일단 진정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담보로 맡길 만한 우량 증권을 이미 다른 용도의 담보로 많이 소진한 상태여서 한은에서 추가로 돈을 빌릴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주고 되사는 채권이다. 사실상 채권을 담보를 맡기고 현금을 빌리는 것이다.
다른 일각에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은이 RP 매입 모집금리 수준을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고 금융사들의 금리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RP 매입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책정하면 금융기관의 금리차액거래 수단으로 전용돼 응찰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해질 우려가 있다"며 "모집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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