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95 등 의료용 아닌 천 마스크 권장할 듯…트럼프 "스카프가 더 두껍고 좋아"
"전국적 적용"…'발병 급증·무증상 감염 우려' 결국 '마스크 무용론' 번복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보건당국이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face covering) 착용을 권고하는 전국적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세를 보이는 것과 맞물려 무증상자의 감염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셈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일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만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전국 단위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다만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새 지침은 N95 등 의료용 마스크 부족 사태를 감안, 천 마스크를 권장하는 쪽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 등과 관련, "권고가 곧 나온다"면서도 "나는 (규정이) 의무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착용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권고 내용이 될지 지켜보자. 그러나 (착용 여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의료용 마스크 부족 사태 등을 들어 스카프와 같은 천 가리개가 더 낫다는 주장을 이날도 되풀이했다.
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카프가 더 낫다. (마스크보다) 더 두껍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TF의 조언에 따라 보다 강하게 전 국민의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장하는 쪽으로 발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발언 수위는 낮아진 것이라고 CNN이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환자 25%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마스크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TF가 여전히 CDC의 권고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 내에 권고안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그것(마스크)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대체물이 아니다. 마스크만 쓰면 여러분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그릇된 안전 개념을 갖지 말라. 그것이 우리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것이 마스크에 대한 토론이 계속 진행 중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한 과신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손으로 얼굴을 자주 만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CDC의 권고안이 "지역사회 내 감염 확산 상황 및 새로운 자료 등을 토대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추가 보건 조치로 천 마스크 사용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자신들이 입수한 초안을 토대로 보도했다.
CDC의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은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나 안면 가리개가 필요 없다는 현 CDC 지침과 비교할 때 중대한 변화라고 WP는 전했다.
코로나19 TF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바이러스를 확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입증됨에 따라 최근 들어 마스크 착용 권고 쪽으로 선회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WP는 전했다.
CNN도 코로나19 대응 TF 소속 인사 대다수가 마스크 착용 권고 방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대응 TF 브리핑에서 "매우 제한적인 기간이길 바란다"는 것을 전제로 전 미국인의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시나리오를 예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당국의 새로운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이 의무규정이 아니더라도 '마스크 대란'을 심화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번째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오늘 아침에 검사를 받았다"며 "얼마나 빨리 되는지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검사를 받았다. (첫 번째 검사보다) 훨씬 수월했다. 두 번째 검사가 훨씬 유쾌했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는 1분이면 끝나고 15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신속한 방식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접촉한 인사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지난달 중순 첫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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