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오르고 가계부채는 확대…'좀비기업' 양산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더라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구조적인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저금리 시대, 금융시장의 리스크와 대응' 발표자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진정되더라도 국내외 저금리 기조는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이는 투자수요 촉진, 경기회복보다는 그 자체로 경제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이 줄어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만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상황은 반대로 흐를 수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면 기업의 예상투자수익률도 하락하기 마련이고 투자 유인이 줄어 풍부한 유동성에도 경기는 살아나지 못할 수 있다.
저금리에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오르지 않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경기 부진에 통화당국은 다시 금리를 내리고, 저금리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게 송 실장의 설명이다.
송 실장은 "저금리 기조에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금리는 다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구조적인 불황으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의 부동산 대출이 늘어나고 '좀비기업'도 양산될 수 있다고 송 실장은 지적했다.
그는 "주택 차입비용이 하락한 만큼 주택가격은 오르고 가계부채는 확대할 것"이라며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도 지연돼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비효휼성이 누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저금리 기조의 리스크로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 노후대비를 위한 자산축적의 어려움, 고수익·고위험 부문으로 자산 쏠림 현상을 꼽았다.
송 실장은 "구조적 불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물경제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위험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고,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코로나 경제위기와 제로금리 시대'를 주제로 학술 행사를 열었다. 송민규 자본시장연구실장 외에 신성환 홍익대 교수(한국금융학회장), 김재현 상명대 교수, 박용명 한화자산운용 부문장,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하준경 한양대 교수, 함준호 연세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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