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하는 최악의 경우엔 돈 더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정수연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고사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신용도가 의미 없는 만큼 대출 창구에서 선별하다가 소상공인이 쓰러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추가 대출이나 인건비·임대료 지원 등 정부가 돈을 더 풀어 시스템 부실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 "대출 선별하지 말고 '인공호흡기'부터 대고 봐야"
정부는 자영업 줄폐업을 막기 위해 초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음식점 업종의 자영업 대출에서 연 소득 3천만원 이하 자영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16.0%였다. 전 업종 평균(7.7%)의 두 배 이상으로 높다. 적지 않은 식당 사장들이 빚을 내 버텨오던 와중에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은 셈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매출이 10분의 1 토막 난 상황을 이미 한 달 버틴 자영업자들은 생명력을 잃은 상태"라며 "부실 가능성이 커지겠으나 인공호흡기부터 갖다 대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신용도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창구에서 선별작업을 하다가 소상공인들이 죽어 나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연말까지 계속되더라도 소상공인들은 장사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40대 중후반에 일찍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고용구조라 자영업자는 계속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돈을 풀어 자영업자를 살려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매출 타격을 체감하는 자영업자들이 많고 초저금리로 정책자금을 공급한다고 하니 대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몰릴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나쁜 이들은 결국 소진공 대출신청창구로 향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장기화하면…"이자상환 유예·추가대출·만기연장 필요"
만일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해 자영업자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정부가 추가로 돈을 풀어 시스템 부실로 번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부실이 본격화하면 은행이 자영업 이외 여타 부문에서도 신규 대출을 꺼리거나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교수는 "대출 부실이 나타나면 정부는 돈을 더 풀어 대출을 해주거나 이자 상환을 유예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긴급자금이 향후 대출 상환 부담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5년 이상의 장기에 걸쳐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도록 정책을 미세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거나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인건비를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소상공인 긴급대출 지원 방식을 바꿔 자금이 정말로 필요한 이들에게 돈이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교수는 "소상공인 대출을 '배급제'처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출금리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으니, 일단 시장금리로 대출을 해 주고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사후적으로 이자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식으로 하면 자금이 덜 급한 이들은 대출을 받지 않아 대출 창구에 자영업자들이 몰리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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