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난 심화' 베네수엘라…"의료진도 기름 없어 출근 못 해"

입력 2020-04-06 00:18  

'연료난 심화' 베네수엘라…"의료진도 기름 없어 출근 못 해"
미 제재 강화·코로나19로 연료 자체 생산·수입 모두 급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연료난이 심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워야 할 의료진들마저 기름이 없어 출근이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에 따르면 야당 의원 호세 마누엘 올리바레스는 최근 휘발유 부족으로 의료인의 62%가 병원으로 출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올리바레스 의원은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의사들의 84%는 차에 기름을 넣을 수 없었으며, 66%는 주유소에서 8∼20시간을 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는 역설적이게도 자주 연료난에 시달린다.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시설 노후화와 관리 부실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미국 제재 영향으로 원유 정제도, 휘발유 수입도 더 어려워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3월 연료 수입은 2월보다 45%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얼마 안 되던 베네수엘라 내 생산량도 더 줄었다.

최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전역에선 주유소 앞에 평소보다 더 긴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의료진들의 통근도 문제지만, 연료난으로 식품 배송도 어려워졌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감자와 당근 농사를 짓는 헤르손 파보는 작물을 수확할 연료도, 도매상이 작물을 도시로 싣고갈 연료도 없다고 호소했다.
식품 가공 공장도 직원들 출퇴근이 힘들고 식품 운송도 어려워져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에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연료"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랜 경제난 속에 의료 시스템도 거의 마비된 가운데 연료난까지 심화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대처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엔 지금까지 15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올리바레스 의원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속이고 있다며 "마두로의 거짓말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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