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의사결정권은 계속 장악…마윈·류촨즈 등 中 IT창업자들은 이미 은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 시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징둥닷컴을 세운 류창둥(劉强東·47) 회장이 핵심 계열사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6일 환구시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류창둥은 지난 2일 징둥그룹의 핵심 회사인 베이징징둥스지(京東世紀)무역의 법정대표, 집행이사, 총경리직에서 사임했다.
주력 사업체인 인터넷 쇼핑몰 징둥닷컴을 운영하는 베이징징둥스지는 징둥그룹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는 핵심 계열사다.
앞서 류창둥이 올해 들어서만 47개 징둥그룹 계열사의 각종 경영진 자리를 내놓았지만 이번 사임의 배경에 특별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류창둥 본인과 회사 측은 이번 사임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징둥닷컴은 "매우 정상적인 경영 조치"라고만 짤막하게 공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징둥닷컴 창업자인 류창둥이 마윈(馬雲·56) 전 알리바바 회장, 류촨즈(劉傳志·76) 전 레노버 회장 등과 마찬가지로 회사 운영에서 물러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청두상보는 "비즈니스계의 거물들이 사임하는 흐름은 낯선 것이 아니다"라며 "전형적인 예가 알리바바 마윈의 사임이었다"고 전했다.
류창둥은 자신이 세운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징둥닷컴을 알리바바의 타오바오(淘寶), 티몰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시키는 대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후룬(胡潤)에 따르면 작년 기준 류창둥의 재산은 760억 위안(약 1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2018년 미국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이미지가 추락했고 이로 인해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지도 못했다.
미국 검찰의 작년 불기소 결정으로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줬다면서 공개 사과를 했다.
다만 류창둥이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회사의 의사결정권은 여전히 그가 장악하게 된다.
징둥은 창업자 등에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그는 16.2%의 주식을 보유한 2대 주주지만 79%의 의사결정권을 보유한다.
반면 1대 주주인 텐센트 계열사 황허투자는 20%의 지분을 보유하지만 의사결정권은 4.5%만 갖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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