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조원 연설서 "배반…고의로 그랬을 수도" 맹비난하자 '해임' 요구 등 거센 역풍
논란에도 "발언 고수"하다 사과 성명 발표 "크로지어는 똑똑하고 열정적"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방부에 보냈다가 경질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의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에 대해 "멍청하다", "배신" 등의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해임 요구 등 거센 역풍을 맞자 곧바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꼬리를 내렸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모들리 장관 대행은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는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순진하다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크로지어 함장을 향해 "내 발언이 초래했을 어떠한 고통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모들리 대행이 크로지어와 그의 가족, 해군 전체를 향해 한 사과는 몇시간 전 자신이 했던 '나는 내 모든 말을 고수한다'는 발언을 뒤집는다"고 꼬집었다.
앞서 모들리 대행은 이날 오전 괌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 호 승조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내 생각에 그(크로지어 전 함장)가 우리가 사는 정보의 시대에 이러한 정보가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배의 함장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지나치게 멍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가능성은 그가 고의로 그랬다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모들리 대행은 크로지어 전 함장을 경질한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모들리 대행은 또한 "그것은 배반이었다"며 "이는 나와 전체 지휘 계통에 대한 신뢰의 배반"이라고 비난했다.
모들리 대행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승조원들을 향해 "나는 여러분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남은 평생 나에 대해 분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분노는 여러분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로지어 전 함장이 감정적 결정을 내렸다고 거듭 비난했다.
모들리 대행의 이날 연설은 그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뒤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진보적 평론가들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전직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상당수의 군 당국자들이 정확한 진상 조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그리고 하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크로지어 전 함장을 경질한 모들리 대행의 조치에 반대해왔다고 CNN은 보도했다.
당장 상·하원 군사위원들을 포함, 민주당 의원들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에게 모들리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며 파상 공세에 나섰다. 일부는 그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리처드 블루멘털(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트윗을 통해 "충격적 발언을 한 모들리는 가차 없이 해임돼야 한다"며 모들리 대행이 승조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모들리 대행)는 그들의 신뢰를 배반했다"며 국방부는 당장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군 출신의 일레인 루리아(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에스퍼 장관은 모들리 대행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들리 대행은 자신의 연설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직후까지만 해도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CNN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보낸 성명에서 "나의 마음에서부터 나온 말들이며 진심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강조를 위해 사용됐던 비속어를 포함해 내가 한 모든 말을 고수한다"며 "해군 함정에 복무해온 그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로부터 몇시간 후 자신의 발언을 전면 철회했다.
모들리 대행은 사과 성명에서 "크로지어 함장은 똑똑하고 열정적이다"라면서 "나는 그가 분명히 순진하거나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함선의 상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같은 경고의 이메일을 공유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크로지어 전 함장 경질을 둘러싼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논란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두 명의 좋은 사람이 다투고 있다. 난 이런 다툼을 해결하는 데 능하다"라며 "아마도 내가 이 문제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매우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NN은 이날 현재 4천여명이 넘는 루스벨트호 승조원의 61%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그중 17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2천명 가량이 하선 조치 됐다고 덧붙였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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