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재난관리처, 전국단위 대규모 재앙 대처 경험 부족에 혼란"
"해외서 조달하는 '에어 브리지' 프로그램은 성공"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처(FEMA)가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FEMA와 접촉한 회사들이 재고도 없는 상태에서 물품 공급을 약속해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빈발하고, FEMA 자체도 코로나19와 같은 전국적 재앙에 대처한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FEMA가 지난 2주 동안 연락한 기업 중 1천개가 코로나19 물품 공급을 약속했지만, 이 가운데 단 3개사만 재고를 갖추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FEMA는 지난달 중순 보건복지부(HHS)에서 코로나19 대응책임을 넘겨받아 연방W정부와 주정부에 공급할 물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또 의료용 보호장구, 시신 운구가방 등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일부 회사들이 FEMA 규정상 불가능한 선불금을 요구해 계약이 불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WSJ이 전했다.
FEMA에서는 이를 두고 '베이퍼웨어'(vaporware)라고 부른다. IT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 용어는 출시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제조는 하지 않는 제품을 지칭한다.
문제는 FEMA 직원들이 이러한 조달 물품을 조사하느라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FEMA 직원들이 조사를 위해 공급업체에 전화하면 처음에 "재고가 있다"고 해놓고는 이내 "확보할 수 있다"로 말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어떤 업체는 FEMA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사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에게 연락해 FEMA 조달과에 추천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이러한 혼란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전례없는 대규모 재앙인 탓도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FEMA는 그동안 허리케인이나 산불과 같이 주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재난을 다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를 다루는 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편, FEMA는 기존 방식보다는 '에어 브리지'(air bridge) 프로그램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데서 성공 사례가 많았다고 WSJ은 전했다.
쿠슈너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방식은 FEMA가 해외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는 데 항공 운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물품 조달 시간을 최소 며칠부터 수주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FEMA 측은 밝혔다.
지난 6일 FEMA는 13개 비행편을 통해 장갑, 가운, 고글, 마스크 등을 납품받았다. 지난달 29일 첫 번째 항공편에서는 80t에 달하는 보호장구를 받아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에 공급할 수 있었다.
이 방식으로 조달한 물품 중 절반 가량이 보건복지부와 FEMA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에 근거해 선정한 긴급 지원 지역에 전달되며, 나머지는 일반 공급망을 통해 미국 전역의 소비자에게 유통된다고 FEMA는 밝혔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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