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위생 상태에 음식도 모자라"…"오히려 감염 방치" 주장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정부가 입국자에 대한 강제 격리 조치를 14일 연장한 가운데 시설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들 입국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케냐는 지난달 22일부터 국제선 항공 노선 운항을 금지한 25일까지 입국한 2천여명의 내·외국인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정부 지정 시설 여러 곳에 강제 격리했다.
케냐 정부는 그러나 일부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해당 시설에 격리된 입국자들에게 14일이 지나고서 14일간의 격리 연장을 명령했다.
케냐에서 보고된 확진자 중 80%가 이들 시설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되면서 입국자들은 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격리자들 간 감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7일까지 케냐 총 확진자는 172명이며 사망자는 6명이다.
애초 케냐 보건부 지침은 입국자들을 검사해 음성이 나오면 귀가 시켜 자가 격리토록 하고 확진자는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 일부 입국자가 귀가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14일이 지나면 귀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잔류 인원들은 정부가 지난 4일 14일간의 격리 연장을 발표하자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국자는 "우리는 집에 보내줄 것을 요구한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귀가하고 양성이면 병원에 가면 된다"라고 항변했다.
일부 입국자는 즉각적인 귀가를 요구하는 법정 서한을 경찰과 보건부에 전달했지만 무타히 카그웨 보건부 장관은 "일부 시민에게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루크'라는 가명을 사용한 한 입국자는 AFP에 (격리과정이) 시작부터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케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도 쓰지 않은 경찰관들이 입국자들을 한데 몰았다고 말했다.
루크는 "수백명이 긴장한 채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는 공항 한구석에 땀을 흘리며 모여 있었다"고 전하고서 수 시간을 기다린 끝에 복잡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료진도 없었고 손 세정제도 없었다. 장갑도 없었고 마스크도 없었다. 자정이 지났으며 모두가 탈진한 모습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격리 기간에 이들은 자비로 하루 20달러(약 2만4천원)~90달러의 비용을 부담하지만, 시설의 위생 상태는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크는 "식사는 교도소 음식 같으며 그나마 양도 모두가 먹기에 부족한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격리 기간이 연장됐다는 소식에 자신이 격리된 수도 나이로비의 한 학교 건물에 마련된 시설의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실라(Sheila)라는 여성은 "때때로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다. 비누도 부족하고 마스크도 없다"며 빨래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달 29일 5명이 검사를 받고 5일이 지나고서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틀이 지난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동영상에서 그는 "우리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마치 귀국한 데 대한 처벌을 받는 것 같다"며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도 케냐 국민이다. 우리도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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