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봉쇄 전 500만명 탈출, 초기 대응 실패…춘제 연휴 연장·통제 강화
'인민전쟁' 선포…지난달 신규확진 100명대 감소·우한 봉쇄 해제, 종식 수순
해외 유입 환자·무증상 감염자 우려 남아…초기은폐 의혹·통계불신 등 책임론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맞았던 중국은 전국을 '올스톱'하는 극약처방으로 고비를 넘기고 생산활동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 보건당국이 지난해 12월 31일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의 존재를 세상에 공개한 뒤, 이 병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질병으로 사람 간에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경고 등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퍼졌다.
1월 22일 중국 전역의 누적 확진자·사망자가 각각 500명, 10명을 넘기는 등 폭발적 증가 조짐을 보이자 중국 당국은 1월 23일 병이 처음 퍼진 우한 지역의 인구 이동을 통제하는 '봉쇄령'을 내렸다.
우한은 외부와 통로가 단절되고 모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면서 '유령 도시'로 변했고, 주거 구역도 폐쇄식 관리에 들어가면서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봉쇄 전 우한을 빠져나간 인원이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1월 25일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대규모 인구이동이 이뤄지면서 초기에 질병 확산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은 이후 춘제 연휴를 연장하고 관광지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폐쇄하도록 하는 등 통제 강도를 높여갔다.
이후에도 1월 27일 중국 전역의 누적 사망자가 100명, 1월 31일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하는 등 확산세는 이어졌다.
2월 6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3만명과 500명을 넘어서며 통제 불능의 위기에 닥치자 결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인민 전쟁'을 선언하면서 코로나19 국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이 시기 우한 지역 의료시스템이 붕괴해 제대로 질병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정부는 각각 1천개와 1천600개의 병상을 갖춘 훠선산(火神山)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을 만들었다.
또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를 구분해 치료할 수 있는 임시 의료시설을 대규모로 마련하고, 중국 전역에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총 4만여명의 의료진을 투입했다.
우한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봉쇄식 관리가 시행되면서 주민이동이 통제되고 생산활동이 멈췄다.
중국에서는 또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가 처벌을 받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진료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지면서 당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질병 초기 통제 실패의 책임을 후베이성 및 우한 지방정부의 정보은폐와 늑장 대응으로 돌리면서, 지역 최고 지도부 교체를 통해 민심 수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 속에 3월 들어서는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줄어들었고, 시 주석은 지난달 10일 우한을 현장시찰함으로써 사실상 코로나19 방제전이 종식 수순에 들어섰다는 신호를 보냈다.
또 지난 8일에는 우한에 대한 봉쇄령을 해제하고 항공기와 기차 운영을 재개했다.
8일 하루 동안 중국의 신규 확진자·사망자 수는 각각 63명과 2명에 그쳤다. 중국 당국은 사망자 가운데 61명이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라면서 자국 안정세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국 통계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될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에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환자와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생산활동 재개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재확산 가능성이 여전하다.
중국은 통계 불신과 함께 발원지와 초기 은폐 의혹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책임론에도 시달리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회복되더라도 중국으로서는 두 달 넘게 경제가 멈춰선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도 우려, 경제성장률 저하 등에 대처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있다.
애초 중국은 올해 6%가량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일부 주요 기관의 전망치가 1%대 초반까지 하향 조정된 상태다.
이밖에 중국은 자국과 달리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외국으로 마스크 등 의료물자를 지원하면서, 질병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인류 보건공동체' 등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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