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치권, 코로나19 세비 삭감 여론에 '나 몰라라'

입력 2020-04-09 12:05  

태국 정치권, 코로나19 세비 삭감 여론에 '나 몰라라'
"모든 의원이 부유하진 않아" vs "대부분 국민보다 부유…다른 나라 보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일각에서 나오는 세비 삭감 목소리에 귀를 닫으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상원은 전날 일괄적인 세비 삭감 대신 원하는 이들에게서만 세비 중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일괄적 세비 삭감 아이디어는 애초 뽄뻿 위칫촐라차이 상원의장이 제안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생업에 타격을 받고, 정부도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치인들도 동참하자는 취지였다.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250명의 태국 상원의원은 기본 급여 7만1천230밧(약 264만원)에 추가로 4만2천330밧(약 157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공감했지만, 낏띠삭 랏따나와라하 상원의원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낏띠삭 상원의원은 "모든 상·하원 의원이 3개월 세비를 포기해도 액수는 3억 밧(약 111억3천만원)에 불과한데, 이걸로는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상원은 5만밧(약 185만원)만을, 그것도 찬성하는 이들에게서만 세비에서 떼서 기부하기로 했다.
이러자 하원도 보조를 맞췄다. 추안 릭파이 하원의장은 하원 차원에서 세비 삭감 및 기부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안 하원의장은 많은 의원이 이미 코로나19 피해를 겪은 이들을 도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제하고 또 소속 정당에 돈을 내고 나면 많은 의원이 한 달 10만 밧(약 371만원)보다 적은 세비를 받는다"며 "모든 의원이 다 부유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학자들은 의원들이 사회를 위한 봉사 및 모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세비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랑싯대 정부학부 완위칫 분쁘롱 교수는 신문에 많은 국가에서 어려운 시기에는 의원들이 세비를 기부한다고 지적했다.
완위칫 교수는 만약 태국 의원들이 이를 거부한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되면서 평판도 손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설사 다른 의원들보다 덜 부유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보다는 가진 것이 더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수코타이 탐마라티랏 개방대학의 정치학자인 유타폰 이사라차이 교수도 공인이자 국민의 대표자로서 의원들은 어려운 시기에 현금이건 어떤 것이건 자발적으로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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