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돈 쓸 곳이 많아진' 영국 정부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통상 정부는 채권 시장에 국채를 내다 파는 형식으로 자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제때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을 건너뛰고 중앙은행의 손을 빌리게 된 셈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와 영란은행은 이날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기간에 정부의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고 시장의 질서 있는 작동을 지원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로 영란은행이 단기 추가 유동성을 정부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란은행 내 정부의 당좌대월 계좌인 '단기 융자 제도'(Ways and Means facility)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며, 연내 이를 갚을 예정이다.
'단기 융자 제도'는 정부가 은행으로부터 일종의 현금 서비스를 받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단기 융자 제도'를 통해 정부가 영란은행에서 빌린 금액은 199억 파운드(약 30조원)에 달했다.
이후 사실상 사용하지 않으면서 현재 이용잔액은 4억 파운드(약 6천원)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취임한 앤드루 베일리 신임 영란은행 총재는 정부가 '단기 융자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일리 총재는 "현재 정부가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단기 융자 제도는) 최전선에서 사용할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최근 시장에서 정부 재원 마련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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