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전문가-시민사회, 코로나19 장기전 대비 '부분적 일상복귀' 지침 논의 개시
활동·상황별 지침 나오면 공론화 과정으로…만남·활동·공부 방식 크게 변할 듯
대통령 "부활절, 총선만 잘 넘기면…"…방역당국은 전환 시기 언급에 '신중'
정부 "19일까지 고강도 거리두기 계속"…'잔불' 정리에 집중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잔디 기자 =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4주 차 진입을 앞두고 생활 방역 논의를 본격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선에서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방역지침을 만들려는 것이다.
거리 두기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이 커지고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돼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수순이지만, 생활 방역 전환 시점 결정과 사회적 합의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 코로나19 장기전 돌입…'생활 방역' 논의 착수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생활방역위원회는 전날 첫 회의를 열고 생활 방역체계를 논의했다.
생활 방역이란 일상·경제생활과 방역을 조화시킨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말한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를 계속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다.
생활과 방역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부분적 일상 복귀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생활 방역위원회 첫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길어지면서 사회 전반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장기화에 대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일상에서 실행하도록 하는 준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19와 줄다리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우리는 꽤 오랜 시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녹아있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강도'→'지속가능' 거리 두기, 사회적 합의가 중요
생활방역위원회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고 오랫동안 실천할 수 있는 생활 방역의 수준과 내용을 논의한다. 정부 당국자와 의료·경제·사회 전문가, 시민사회 대표 등이 18명이 머리를 맞댄다.
개인과 직장, 놀이 공간, 문화공간, 학습공간 등에서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위해 개인, 집단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은 무엇인지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도 전문가도 생활 방역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연장이지 끝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강도 거리 두기'를 '지속가능한 거리 두기'로 전환하는 만큼 일정 부분 방역의 강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어느 부분에서 물러서고, 어느 부분을 보강할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제시한 권고사항이 잘 지켜지려면 개인과 사회, 국가가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실내·실외 활동별, 상황별 지침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헬스장 등이 운영을 시작하면 방역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하고, 음식점에서는 식탁에 투명가림판을 설치하거나 테이블 간격을 넓히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황이 워낙 다양하니 정부가 모든 것을 만들어줄 수는 없고 기준이 정해지면 사업장이 맞춰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방역은 사람들과 만나는 방식, 함께 모여 일하고 공부하는 방식, 가정 내에서의 행동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정부는 이를 두고 '전에 없던 새로운 일상과 규범,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불가피하지만 불편할 수밖에 없는 지침을 제시해야 하므로 사회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생활 방역은 불확실성이 크고 결정되면 사회적 영향도 크기 때문에 한두 번의 논의로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위원회에서도 다수가 사회적 합의,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논의를 마무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생활 방역 전환 시기 '신중'…19일까지 고강도 거리 두기는 그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부활절과 총선만 잘 넘기면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전국에서 종교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부활절(12일)과 투표소에 사람들이 몰리는 총선(15일)이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런 고비까지 잘 넘긴다면 생활 방역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과 기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국내 상황은 진전이 있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최근 안정세를 보인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6일부터 닷새 연속 50명 안팎을 유지하고 특히 10일에는 27명에 그쳤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1천118명) 가운데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는 40명(3.6%) 정도다.
정부는 앞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2주 연장을 선언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를 50명 미만으로 줄이고 감염경로 미확인 신규확진 비율도 5%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최근 추세로만 본다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생활 방역 전환 시기에 대해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 또다시 확진자가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낙관론을 펼쳤다가는 상황을 수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드러난 통계와는 달리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 추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는 하루의 확진 환자 수로 예측되는 게 아니라 장기간의 추세선 이동과 진단검사 투입 현황, 산발적 집단감염으로 인한 2차·3차 감염 등 많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예정된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하면서, 코로나19 '잔불'을 성공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생활방역위원회가 다음 주 분야별, 상황별 방역지침을 제시하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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