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도 '코로나 파도'…유가급락·물동량감소에 수주절벽 우려

입력 2020-04-12 07:41   수정 2020-04-12 16:18

조선업도 '코로나 파도'…유가급락·물동량감소에 수주절벽 우려
1분기 선박 발주 71% 급감…카타르 LNG 프로젝트 연기 등 '악재'
현대重-대우조선 합병심사도 '코로나 유탄'으로 EU서 지연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작년까지 2년 연속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달성한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 등 여파로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주저앉고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 경기 나빠지면서 선박 발주가 줄고 발주 예정이던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등 수주 절벽 우려마저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발 수요 감소와 세계 교역의 위축세는 해운업계의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해운선사들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기대했던 선박 발주 연초엔 기대 못 미쳐…中에 수주 실적 뒤져
1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량 2천52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은 37.3%인 943CGT를 수주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한국의 수주실적은 358만CGT로 중국(468만CGT)에 못 미쳤지만,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수주가 이뤄지면서 2년 연속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하반기 수주량은 한국 585만CGT, 중국 387만CGT였다.
특히 작년 12월 세계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물량 11척을 한국 업체가 모두 수주하는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경쟁우위를 보이며 선전해 미래 수주 전망도 밝혔다.

클락슨은 올해도 러시아, 카타르, 모잠비크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어 작년보다 글로벌 발주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국내 업계의 기대감을 키웠다.
이 같은 전망에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대박' 기대감이 높았으나 실제 연초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클락슨 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로 작년 같은 기간(810만CGT)과 비교해 71% 급감했다. 이는 2018년 1분기(1천83만CGT)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발주 자체가 줄어든 데다 국가별 수주 실적에서 한국은 중국에 크게 밀리면서 1위를 내줬다. 1분기 한국의 선박 수주 실적은 36만CGT(13척, 16%)로 중국(151만CGT, 55척, 65%)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1분기에는 한국 조선소의 주력인 대형 LNG선 발주가 없어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타르, 모잠비크 등에서 대규모 LNG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수주 실적이 곧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급락으로 세계 경제가 비상상황이어서 이런 기대감이 희석되고 있다.

◇ 카타르 LNG 프로젝트 지연…"선박 발주 영향 우려"
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최근 대규모 LNG 증산 프로젝트를 연기하기로 했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QP(카타르 페트롤리엄)는 LNG 연간 생산량을 7천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천600만t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초대형 증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 프로젝트 입찰을 연기했다.

카타르가 LNG 생산을 확대하면 대규모 운반선 발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는 80척 규모로 예상되는 LNG선 발주에 대비해 수주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신규 프로젝트가 취소되진 않았지만, 지연이 불가피해 LNG선 발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의 일감 확보에 차질이 우려되는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가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한 게 아니고 구체적인 연기 일정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계속 협의하는 중"이라며 "조선업 특성상 발주·수주부터 인도까지 2∼3년이 걸려 당장 크게 실적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도 조선업계에서는 산유국의 발주 축소나 연기를 초래하고, 수주 감소로 이어지게 하는 악재로 분류된다.
연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달 20달러 수준까지 주저앉아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동량 역시 감소해 글로벌 선박·해양 발주도 주춤한 상황이다.
현대차증권 배세진 애널리스트는 "석유 감산 합의 실패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글로벌 석유개발(E&P) 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감소 폭은 기존 대비 평균 30% 수준으로 파악되며 원유·가스생산 부문 투자 축소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꼭 코로나 사태로 더 어렵다고 단정하기엔 이른 것 같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조선업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상반기에 발주량이 줄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 코로나로 현대重-대우조선 합병심사 지연…삼성重 차입금 상환 여력 '의문'
각사 상황도 코로나 사태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에서 대우조선해양 합병 심사가 지연되는 등 기업 합병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 EU 공정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본심사 신청서를 내 EU가 총 2단계 심사 가운데 1단계인 예비 심사를 마친 상태다.
당초 EU 집행위는 2단계 심층심사를 거쳐 올해 7월까지 기업결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작년 7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작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고, 현재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에 신청서를 낸 상태고 일본과는 사전협의에 들어갔다.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모두 통과되면 한국조선해양[009540]과 산업은행은 상호 보유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
대우조선해양 역사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서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3분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과 사채가 1조원에 달해 우려가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는 작년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이 1조3천억원가량이어서 상환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와 함께 차입금 규모가 현재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에 비해 무리가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유가 리스크 속에서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라 하반기부터 상선 발주가 본격화하고 LNG 프로젝트도 정상화되면서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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