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민들 베란다·창가로 나와 의료진 등 필수인력 격려·서로 응원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뉴욕시는 온종일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로 가득하지만 매일 저녁 7시면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베란다와 창가로 나와 박수를 치고 도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힘을 내도록 격려하는 박수다.
뉴욕의 신년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뉴욕 뉴욕'을 크게 틀어놓은 집도 있다. 모두가 불안감에 위축된 가운데 서로를 다독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매일 저녁 7시 뉴욕시에 나는 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로 "많은 뉴요커들이 코로나19 시대에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저녁의 의식(儀式)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많은 뉴욕시민에게 코로나19 시대는 두 종류의 소리로 남을 것인데 하나는 인적 없는 거리를 매시간 가로지르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이고 또 하나는 저녁 7시의 박수 소리라는 것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바로 옆 어퍼이스트사이드 지역의 주민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한 영상을 올리며 "앰뷸런스 소리가 더 크고 끊임없이 들렸지만 우리가 낸 소리도 그랬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 주민도 집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올리며 "7시의 박수는 뉴욕 의료진을 비롯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썼다.
의료진과 응급구호 인력뿐만 아니라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 공급에 애쓰는 마트 근로자와 배달업 종사자 등이 모두 박수의 대상인 것이다.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는 미국에서 확진·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이다. 이날 오전 현재 미국 전체 확진자가 50만명을 넘고 사망자도 1만8천명을 넘은 가운데 뉴욕주에서만 17만여명이 감염됐고 7천8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의 공포 속에 발이 묶인 시민들이 다 같이 베란다와 창가로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손뼉을 치며 극복을 격려하는 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
우한시민들이 아파트에서 중국 국가를 부르는 영상이 지난 1월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세계 각지의 이용자가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사망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에서도 시민들이 같은 방식으로 이탈리아 국가를 부르거나 인기곡을 함께 부르며 의료진을 격려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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