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서 수천 명분 배식·식품 전달…발 묶인 유학생도 십시일반으로 도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한국 교민들이 국가봉쇄령을 뚫고 현지에서 따뜻한 정을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 화제다.
13일 현지 교민사회와 재인도한인회 등에 따르면 10일 수도 뉴델리 북부 하이데르푸르의 빈민촌에서는 태극기를 단 소형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에서 내린 한인 여성은 인도인 직원과 함께 찐 쌀 1천 봉지와 현지 식자재로 널리 활용되는 사탕수수 원액 덩어리 재거리 1천 봉지를 현지인에게 나눠줬다.
국가봉쇄령이 발동된 후 일용직 근로자 등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빈민들의 삶도 더욱 어려워지자 한인들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뉴델리 시내에서 식품전문점 '도토리'를 운영하는 이 여성은 주변 후원 등 지원을 받아 이날 직접 식품 배급까지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현지에 중국인 등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일자 태극기를 걸고 한국인은 다르다는 점도 알렸다.
봉쇄령 하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억제 차원에서 일반 시민의 외출이 제한되지만, 식품 배달 등 필수 직종 관계자는 허가를 얻어 이동할 수 있다.
이날 경찰, 공무원 등의 도움 속에 배급이 시작됐고 인근 마을에 소문이 퍼지자 순식간에 줄이 길어졌다.
이 배급 트럭은 이후 인근 살리마르바그의 빈민촌에서도 4천명분을 배식했다.
교민과 함께 식빵 기부에 나선 뉴델리의 '레헴빵집'에는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후원 물량이 몰려들고 있다.
이 빵집과 함께 나눔·봉사 비정부기구(NGO)를 운영하는 유영자 씨는 "우리 가게와 교민이 절반씩 후원해 100루피(약 1천600원)짜리 식빵을 어려운 인도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봉쇄령이 내린 뒤 열흘가량 동안 식빵 5천개 분량의 후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 씨는 "지금은 후원 빵을 모두 만들지 못할 정도로 물량이 밀렸다"며 "이에 남은 금액으로 콩기름 등을 사서 쓰레기촌, 나환자촌의 어려운 인도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쇄령 발동 후 발이 묶인 유학생을 위해 뉴델리 지역 한인 식당 운영자와 한인 단체 등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뉴델리는 물론 인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 노이다 등의 교민들은 최근 라면 등 간편식, 김치, 식수, 과일 등을 모아 델리대, 자와할랄네루대(JNU) 등의 기숙사에 고립된 유학생과 한국 교수들에게 전달했다.
물품 배송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던 유통서비스 업체 '그린바스켓'의 유주헌 대표는 "3, 4, 7일 세 차례 전달된 물품은 8만8천루피(약 140만원) 상당"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공장 등이 있는 남부 첸나이에서는 현대차 협력업체가 기금을 모아 지역 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재인도한인회도 이런 여러 후원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희망나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박의돈 재인도한인회장은 "봉쇄된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교민이 많다"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격려하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에는 주재원, 유학생, 교포 등 약 1만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는 13일 오전 10시 현재 9천152명(사망자 308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14일로 끝나는 봉쇄령을 2주가량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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