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쌍둥이' 금성 시뮬레이션 통해 대충돌 이전 결과 얻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4분의 3을 덮고 있는 물이 원시 지구와 화성급 행성의 대충돌 이전 지구 형성 단계부터 이미 갖고 있었던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뤼셀 자유 대학(ULB)에 따르면 이 대학 행성학자 세드릭 길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불리는 금성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가 가진 물의 기원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물은 지구 생명체의 출발점이자 생명체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지구 물의 기원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활발한 지질 활동으로 지구 형성 당시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이를 연구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연구팀은 지구 바로 안쪽에서 태양 궤도를 돌며 지구와 크기, 질량, 평균 밀도, 중력 등이 비슷한 금성에서 해법을 찾았다.
금성은 온실 효과로 표면 기온이 470도, 기압은 지구의 92배에 달하는 등 지구와는 판이한 극한 환경에 있지만 화산 활동과 가스 분출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기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모델화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또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 소행성으로부터 같은 종류의 물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지구의 초기 진화 과정을 간접적으로 연구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연구팀이 수치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양의 물을 가진 소행성을 금성에 충돌한 결과, 물을 많이 가진 소행성은 현재 금성에서 측정되고 있는 대기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행성이 금성이나 더 나아가 대충돌 이후 지구에 가져다준 물질이 물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지구의 물 공급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원시 지구는 화성 크기의 행성과 충돌하며 달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대충돌이 일어나면 이미 갖고 있던 물은 모두 증발했을 텐데 지구가 물로 덮여있다는 것은 대충돌 이후 소행성이 물을 가져왔거나 아니면 대충돌이 물을 모두 없앨 만큼 강력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일 가능성이 배제됨에 따라 이 물이 지구 형성 당시부터 갖고 있던 것으로, 대충돌 때도 증발하지 않을 정도로 깊이 묻혀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구는 물론 금성과 화성도 처음부터 물을 갖고 형성됐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를 잃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고대 태양계 암석형 행성에서의 생명체 서식 가능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 결과는 금성에도 대양이 존재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차세대 금성 탐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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