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국가, 코로나19 막으려 빈국출신 외국인 송환 움직임

입력 2020-04-14 19:02  

걸프 국가, 코로나19 막으려 빈국출신 외국인 송환 움직임
외국 근로자 단체 숙소 코로나19 '진원' 지목
UAE, 파키스탄인 수감자도 본국 송환…"송환 거부 국가 재취업 제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걸프 지역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아시아, 아프리카의 빈국 출신 외국인을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걸프 지역 국가가 외국인들에 노동력을 상당히 의존하지만, 주로 위생 상태가 열악한 숙소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이들 외국인이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진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주재 파키스탄 총영사관은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으로 귀국하려는 파키스탄 국민은 총영사관에 등록해달라"라며 "우리 정부가 귀국을 승인하면 전세기를 편성하겠다"라고 공지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자국민 철수는 자발적이 아니라 '고위험군' 외국인을 되도록 내보내려는 UAE의 방역 정책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UAE 정부는 12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귀국을 원하는 자국민을 거부하면 해당 국가와 맺은 노동력 송출 협약을 재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속히 자국민을 UAE에서 빼내지 않으면 향후 해당 국가의 인력이 UAE에서 취업할 기회를 줄이겠다고 압박한 셈이다.
UAE 인적자원부는 "몇몇 나라가 귀국을 원하는 자국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에서는 UAE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 2만명이 귀국을 원하지만 파키스탄이 이들을 검역하고 격리할 시설이 부족한 형편이라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UAE 주재 인도 대사는 11일 UAE 언론에 "인도에서 통행금지령이 풀리면 우리 국민을 UAE에서 빼내겠지만 현재 인도가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만큼 우리 국민을 대규모로 귀국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털어놨다.
두바이 주재 파키스탄 총영사관은 14일 "UAE 정부가 마련한 특별 여객기 2대로 UAE 교정시설에 수용된 파키스탄인 수감자가 오늘 송환된다"라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3일 낸 성명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사우디가 3천명에 가까운 에티오피아 이주민을 되돌려 보냈다"라며 "갑작스러운 대규모 송환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IOM은 이들이 사우디의 난민 시설에 수용됐다가 본국으로 송환됐다면서 사우디 당국이 이들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격리 시설 30곳이 완공될 때까지 사우디에 이주민 송환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우디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카타르 정부는 해외 근로자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자 지난달 말 아예 이들이 묵는 단체 숙소가 있는 공단을 봉쇄했다.
쿠웨이트 정부도 11일 귀국을 원하는 해외 근로자를 위해 편도 전세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빈국 출신의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쿠웨이트의 유명 원로 여배우 하야트 알파하드(71)는 이달 초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쳤다. 우리가 병에 걸려도 입원할 병원이 없다"라며 "코로나19에 걸린 쿠웨이트인이 병상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를 추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국에서도 거부하는 그들을 우리가 왜 떠맡아야 하느냐"라며 "그들을 자기네 나라로 돌려보내든지 사막으로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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