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소장, 거취 논란 뒤에도 소신 발언…"미국, 아직 재가동 단계 도달 못해"
매일 참여하는 장시간 백악관 브리핑에는 "소모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경제 정상화 목표 시점으로 추진해온 5월 1일은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미 보건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4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5월 1일을 경제 정상화 목표로 잡는 것은 미국 내 많은 지역에 "다소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을 미국 경제 재가동의 희망 일자로 잡고 추진해왔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조치는 동시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점진적 기조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발병 완화 조치를 더 일찍 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를 잘라라'(FireFauci)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사퇴 위기에 몰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박사를 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거취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뒤에도 파우치 소장은 소신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또 미국이 아직 경제를 재가동할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파우치 소장은 "(경제를 재가동하려면) 우리는 효율적이면서 의지할 수 있는 뭔가를 갖춰야만 한다"며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 지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발병이 시작될 텐데 공중보건 당국이 신속하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신규 환자를 격리하면서 이 환자가 접촉한 모든 이들을 추적할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최대 근심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사람들이 감염되면 그들을 (전염의) 순환고리에서 빼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왜냐하면 일단 집단발병이 시작되면 정말 곤란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자신의 공적 역할이 중요하다면서도 매일 참석하는 백악관 브리핑의 시간에 대해 "정말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전날 있었던 브리핑은 거의 2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그는 "몇 가지 발언만 하고 다시 일하러 갈 수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거기 참석해서 질문에 답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것이 미국 대중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양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의 2차 유행은 불가피하지 않다면서도 "(2차 유행이) 그것(감염자 수)이 한참 내려가고 9월, 10월, 11월이 왔을 때 다시 정점이 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렇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거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지난 몇 달간 해온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거기에 전면적으로 뛰어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