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세계 2위 바나나 수출국인 필리핀의 대다수 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봉쇄되면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바나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됐다.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안티그 필리핀 바나나 재배·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작년에 400만t이었던 필리핀의 바나나 수출이 올해 25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안티그 사무총장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은 물론 바나나 농장과 포장 공장이 밀집한 남부 지역 주(州)들이 봉쇄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재배업체들이 일부 작업을 중단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바나나 재배업체인 유니프루티 필리핀의 알베르토 바차니 대표는 "바나나는 매일 수확해야 하는데 우리가 (농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수많은 바나나가 상하기 때문에 모두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해 세계 바나나 수출의 20%, 아시아 지역 수출의 90%를 각각 차지하며 에콰도르에 이어 세계 2위 바나나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주요 수입국이다.
바차니 대표는 "앞으로 2주 안에 일본에서 바나나 물량이 급격히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바나나 수입협회는 "필리핀 수출업체들로부터 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지난달 17일부터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를 비롯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5천700만명이 거주하는 루손섬을 봉쇄했고, 이후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봉쇄령이 확대됐다.
마닐라시는 6만명가량이 거주하는 빈민촌에서 봉쇄령을 어기고 권투 시합과 닭싸움 등을 벌이자 24시간 외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하루 300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이어져 누적 확진자가 5천명을 초과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14일 TV 연설에서 "루손섬에 대한 봉쇄령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시판되고 나서야 해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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