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시, 감염증 지정병원에 '투명 시신백' 배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난 3월 하순 도쿄 인근의 한 화장장에 60대 여성의 주검이 들어왔다.
해외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이 여성은 사망하자마자 다른 사람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밀봉형 시신백에 담겼다.
화장장까지 시신을 운구하는 영구차로는 운전석과 관을 놓는 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특수차량이 동원됐다.
화장을 지켜본 것은 유족인 아들 한 명과 방호복을 차려입은 장례업체 관계자 두 명뿐이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코로나19가 일본의 장례 풍경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고 전했다.
유족이 고인에게 제대로 고별인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족을 위로하는 밤샘 조문 문화도 사라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사망할 경우 비투과성 백에 담아 밀봉토록 하고 있다.
다만 감염 예방 조처를 한 상황이라면 고인과 대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보호복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코로나19 사망자의 경우 유족이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운구를 꺼리는 장의업체가 많은 상황이다.
도쿄도가 운영하는 미즈에(瑞江) 장례식장에서도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을 화장할 때는 장례업체를 통해 유족에게 입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쿄도 관계자는 직원이나 다른 문상객들이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베(神戶)시는 유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폴리에틸렌과 나일론 소재로 만든 투명한 시신용 백을 확보해 지난달부터 관내의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에 나눠주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은 다른 질병 등으로 사망한 사람의 장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례식장을 통한 감염 사례가 생기면서 문상객 없이 장례를 치르는가 하면, 스마트폰 중계로 불경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도쿄 다이토구에 소재한 한 장례업체는 지난 3월 10건의 장례를 치렀지만 밤샘 조문을 받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고, 참석자들도 가족뿐으로 3~5명 정도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장례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아이치(愛知)현의 장례 관련 업체인 슈라쿠(終樂)는 스님이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불경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는 현재 8개 종파의 16개 사찰이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2~3건씩 예약이 들어오고 이용자 중에는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 순키치 슈라쿠 사장은 가족장 같은 작은 장례를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던 중에 코로나19가 그런 추세를 한층 심화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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